어른인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존재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순간,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그 존재는 다시 태어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순간 그것은 나만의 믿음같은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떠올리는 그 기억들을 생각해보니 한결같이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떠올려보기도 하고, 인자하셨던 큰 고모도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우리 기억에는 없지만 아주 어렸을 때 우리에게는 누구나 상상의 친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있습니다. 조금씩 커가면서 현실적인 존재가 되어가지요. 그러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은 조금씩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맥스’처럼 보통아이와 조금은 특별한 어린 친구들은 외부와의 세계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으면서 자신의 세계에서 상상의 친구를 만들어 냅니다. 바로 ‘부도’가 맥스의 상상 친구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직 맥스에게만 보이는 부도는 다른 아이들의 상상친구들보다 오랫동안 사라지지않고 맥스곁에 머무르면서 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책 속의 주인공은 맥스의 상상 친구 ‘부도’입니다. 맥스가 네 살 되었을 때 상상으로 만들어 진 후 오 년동안이나 사라지지않고 맥스 곁을 지켰습니다. 맥스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부도’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니또’와 같은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학교에 친구가 없는 맥스를 위로해 주기도 하고,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는 등 오직 맥스를 위해 존재하는 친구입니다. 아이러니하게 맥스는 바깥 세상에 그와 소통할 친구가 없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맥스를 사랑하지만 사랑의 방법 차이 때문에 다툼이 있는 엄마, 아빠에게도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오직 자기만의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 ‘부도’와 대화하는 맥스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맥스도 조금씩 현실의 세상에 다가갑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선생님,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조금씩 바깥 세상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을 준비를 갖추어 가기 시작합니다. 상상 친구를 조금씩 잊기 시작하는 맥스. 끝까지 맥스만을 생각하는 부도는 형체가 사라져 가기 시작합니다.
‘맥스’가 비록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이지만 누구보다 곁에서 응원하며, 진심어린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부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부도’의 삶이 제일 슬프고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비록 맥스가 만들어진 상상의 친구라고는 하지만 ‘부도’는 맥스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갖고 있는 친구입니다. 또한 맥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부분까지 독립적으로 행동을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맥스를 사랑하는 존재는 아마도 ‘부도’일 것입니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맥스였기에 ‘부도’라는 좋은 친구를 만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부도’를 단지 ‘맥스’의 상상 친구라고 단정짓거나, ‘부도’를 ‘맥스’와 결부시켜 생각하지말고 독립적인 존재로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훨씬 책 내용이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