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서준이를 보면서 나야 ~ 나랑 똑같아~ 를 외치는 친구들이 정말 많을 거예요. 놀고 나서 치우기 보다는 쌓아두는 게 익숙하고, 새로운 게 생기면 그것에 푹 빠져서 다른 것들이 굴러다녀도 쳐다도 안보고…정리하는 습관도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 다 깔끔하고 정리도 잘 할 것 같지만…의외로 정신없이 어지르고 치울 줄 모르는 어른들도 많더군요. 어지르며 노는 것만 잘하는 아이들은 분명 어른이 되어 지저분한 공간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만화책이라서 아이들이 너무 너무 좋아해요. 서준이가 실수하는 장면을 보면서 또 깔깔 웃고요. 뭐하러 치우냐고 우기는 서준이를 보면서 맞다 맞다 공감을 하면서 책을 읽어요. 하지만 곧 서준이에게 찾아오는 멘붕 사건들을 보면서..아..이러면 안되겠다는 걸 배우게 되지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구들이 등장하는 만화라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실제 사는 모습과 닮아 있어서 무척 공감하면서 읽게 되고요. 놀고 나서 바로 치우면 간단한 걸..자꾸 쌓이고 쌓이는 짐과 물건들을 치우려면..오히려 엄두가 나지 않지요. 서준이도 그랬어요. 아마 놀고 나서 치웠다면 금방 해결이 되었을 거예요. 미루다 또 미루고 나중에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되지요.
서준이가 집 열쇠를 잃어버리고 그냥 뛰쳐나올 때, 책속으로 들어가서 붙잡아 말리고 싶었어요. 철이 없어도 어찌나 철이 없는지..하지만 아이들은 그 장면에서 킥킥 웃고 난리가 나요.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서준이에게 색다른 쾌감을 느끼나 봐요. 쌓아둔 물건이 쏟아지고 무너지는 장면도 무척 즐겁게 읽어요. 나중에 벌어질 일이 뻔히 보여도…아이들은 남이 골탕 먹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진짜로 서준이에게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져요. 절대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 일어나요. 제가 엄마라면 마구 때려주고 싶었을 거예요. 눈앞에 벌어진 사건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면서 서준이는 하나씩 깨닫게 됩니다. 누루,비루 형제와 함께 벌어지는 에피소드도 재미있어요. 결국 서준이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요. 당장 크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아마 서준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 것 같아요. 조금씩 변해가는 서준이가 기특해 보였어요.
아이들에게 무조건 치우라고 잔소리하는 건 소용없어요. 혼을 낸다고 아이가 당장 변하기는 어려울 거예요.또래 친구가 겪는 좌충우돌 천방지축 이야기를 통해서 아이도 자연스럽게 정리정돈의 중요함을 알게 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