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일곱 살이 된 첫째.
새해 들어 세웠던 계획 중 하나는 그 녀석에게 드디어 한글을 가르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해야 할 일도 많고 많은데 아들 녀석의 한글 교육까지 해야 하는 슬픈 상황이 된 것이다.) 여태까지는 밤마다 책 몇 권씩 읽어주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한글을 깨우치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엄마인 나의 소망일뿐이었다. 결국 글을 읽지 못하는 일곱 살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는 자연스러운 습득이 아닌 가르치는 학습을 시작해야 했다.
두 달이 지나가는 현재 주말에만 30분 정도씩 교재를 가지고 공부한 결과 아이는 자음+모음의 조합은 어느 정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마 전에는 글자를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반응해주니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지만 약간의 희망을 보고 있다.
이런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라 이 책을 보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난 책읽기가 좋아 1단계’라는 문구였다.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혼자서 읽으며 성취감을 갖고 책 읽기에 더욱 흥미를 가지게 만들어주는 책인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녀석이 읽을 수 있는 글자는 많이 않았기 때문에 책의 의도를 무시하고 내가 읽어줄 수 밖에 없었다.
(1단계 책이니 만큼 조금 더 쉬운 책으로 구성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은 게으른 엄마인 나만 느끼는 것일까?)
아이가 스스로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는 재미있어했다. (이제 네 살이 된 둘째는 괴물의 존재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다른 동물들이 보지도 못한 괴물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무서워했지만 일곱 살 첫째는 모든 캐릭터를 관찰하는 관찰자가 되어 그들의 허둥거림을 재미있어 했다.)
두더지 부인의 오해와 동물들이 부풀려 전한 정확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일어난 한바탕 소동은 그 상황을 잘 전달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아이들이 읽기 쉽게 만들어진 문장 반복이나 나선형으로 조금씩 보태지며 키워지는 문장도 잘 구성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글에 더욱 신경을 쓰고 읽으니 오히려 어른인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맞춤법이나(~대요, ~데요 같은…)띄어쓰기(숲 속, ~ 씨 같은…)를 신경 써서 보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겨울이 다 지나고 봄이 다 지나갈 때 즈음에는 이 책을 아이 스스로 읽을 수 있을까? 나에게 이런 욕심을 심어준 책.
책에 표시된 ‘독서레벨 1’을 마음에 새기고 이번 주말에도 열심히 한글 공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