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착한 사람이 되라고 한다. 그 ‘착한’ 기준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말썽부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착한 사람, 소위 법 없이도 살 사람은 어른이 되면 되려 공격을 받거나 바보로 불리거나 이용당하기 일쑤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기 ‘착한 학생’으로 불리는 소년이 있다. 그 단어만 들으면 불끈 화가 치민다. 하지만 화를 낼 수도 짜증을 낼 수도 없다. 그는 이미 착한 학생이니까. 그런데 그게 엄마의 거짓말로 만들어진 사실이라면? 그리고 어머니의 거짓말과 단지 장애인 부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가 학교 대표로 효행상을 받는다면? 순순히 상을 받으며 ‘네, 저 이런 사람입니다’ 할 수 도 있지만 소년은 절대 받을 수 없다고 버틴다. 심지어 이미 받은 상패와 상금을 버리고 모른 척 하지만 들켜버리고 집도 학교도 발칵 뒤집어진다. 이걸 어쩌나..
장애인 부모를 가진 정호는 자신을 ‘착한 학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 어릴 때야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그를 예전처럼 보는 어른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든다. 1호 2호 3호 기타 등등. 부모님의 시선을 벗어나려고 일부러 먼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새롭게 지내려고 한다. 아무도 모르는 교실에서 비쩍 마르고 손톱을 물어뜯어 아무데나 뱉는 효은이 아는 척을 하는데 언제 어디서나 절대 기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그가 부럽다. 소설가 지망생 예별을 좋아하지만 그가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자 역으로 안티 까페를 만들어 밤새 사이버 복수전을 벌인다. 그리고 급기야 수업 시간에 졸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말을 듣는다. 부모님의 모습을 숨기려고 일부러 먼 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애들이 부모님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이 간다. 호기심과 동정의 시선들..
선생님의 전화로 부모님이 찾아오고 부모님을 본 아이들은 수군거리다가 정호가 들어오자 입을 다무는데 효은은 아무렇지 않게 정호를 대하고 자꾸 삐뚤어지는 정호에게 한방 세게 먹인다. 그리고 아버지가 아파 병간호를 한다며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병원에서 만나 알게 된 효은의 가정사에 정호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런데 정호가 학교에서 주는 선행상이나 효행상이 아니라 서울시 교육청이 주관하는 효행상 부문 대상을 받게 되고 교문 위에 현수막까지 걸리자 정호는 상을 거부하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선생님도 교장선생님도 원망스럽고 몰래 현수막을 없애버리려 하지만 실패한다. 급기야 상을 받고 쪽팔려서 상패는 버리고 돈은 효은을 주려고 하지만 결국 들통나서 집안이 난리가 나고 아버지는 정호를 때린다. 설상가상으로 사이버 복수전의 오프라인 만남이 이루어지고 정호는 그들의 응징을 몸으로 받는다. 경찰의 호위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정호. 정호의 아픈 모습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정호를 이해한다.
정호, 네가 키우는 전갈처럼 비굴하지 않게 자존심 지키며 살아! 그리고 절대 왜 나를 낳아주었냐고 대들지 마. 부모님은 네가 행복하길 바라니까.
인생은 부메랑이다. 내가 한만큼 내가 받는다. 아이들은 어른을 따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뜨끔하기도 한다. 내가 부모님에게 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자란다. 나만큼 하라고 억지부리지 않을 거다. 사실 나도 간혹 삐뚤어지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있으니 그러면 안 되지만 나름대로 착하게 모범이 되게 살아온 시간들이 이제 와서 나를 짓누를 때 폭발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인다. 하지만 난 자식이면서 동시에 엄마이기에 어느 정도 누르며 산다. 그러다 뻥 터저버릴까 겁나지만 책으로 내 마음을 진정시킨다. 정호의 사정을 보고 그의 베프 효은을 보면서. 그리고 이모의 말처럼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키싱 마이 라이프’를 보면서 정말 힘들었는데 이 책은 그에 비하면 동화같다. 난 현실의 나쁜 모습은 외면하고 싶은가 보다.
‘파라나’란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라는 뜻의 우리말이라고 한다. 다솜 (사랑) 미르 (용) 워낭 (마소의 방울) 시나브로 타분하다 (신선하지 못하다) 등 간단한 순 우리말은 아는데 이렇게 긴 단어는 처음 봤다. 관심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