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청소년 소설에 목이 말랐다.
그저 그런 꿈을 향한 이야기 아닌 다른 어떤 이야기가.
그때 만난 책이 “파라나 (이옥수 장편소설/비룡소 펴냄)”이다.
총 5부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고등학교 1학년인 백정호가
주인공이다.
1부 쓰다 – 착한 학생이라 불리우는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님과 다큐
작가인 이모와 함께 산다. 동네 사람들은 정호를 그저 착한 학생이라고
부른다. 이유가 뭘까?
그 배경에는 엄마의 노력이 있었고, 보여지는 것들에 치우친 어른들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이 된 정호는 새 학교에 적응은 커녕 키우는 전갈과 한 방에서
안티 카페에 글을 올리며 UT팬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해대느라
학교에서 매일 졸기 일쑤다.
담임은 결국 정호의 부모님을 호출하고 정호는 아이들에게 진짜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전전긍긍한다.
2부 날리다 – 항상 뻔뻔스럽고 태평한 효은은 언제나 정호의 곁을 맴돈다.
예별을 좋아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정호는 잘생기고 착한 학생이다.
부모님과 꽃놀이를 나간 정호… 사람들 속에 부모님 모습은 아프면서
부끄럽다. 결국 정호는 혼자 집으로 돌아온다.
3부 밟다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부모님이 학교로 오시고 학교는 잠깐
소란스럽다.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님을 바라보는 눈이 싫다.
정호는 어릴적 아이들 놀림에 스트레스로 인한 틱 장애가 왔다.
그 화풀이를 엄마한테 해 결국 우울증까지 온 엄마… 자꾸 그때가 떠오른다.
매일 자신의 곁을 맴도는 효은의 제안으로 효은이네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과 다를 것 없는 상황에도 효은이 당당한 이유를 찾아본다.
4부 아니다 – 정호는 효행 대상을 받지 않겠다 말한다. 그리고 UT팬들에게
사과 대신 매를 맞는다. 예별이 그 속에 있다.
예별도 정호를 좋아하고 있었음을 정호도 예별을 좋아했음을 알지만 이미
늦었다. 효은의 아버지를 만난 정호는 장애를 가진 부모를 부끄러워한 자신이
싫다. 그리고 효은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5부 그리고 뿜다 – 효행 대상을 학교에 반납하고, 이제 제대로 부모를 이해
하려는 정호. 착한 학생의 이미지를 벗어 던지려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는 상대의 결핍된 어느 요소를 찾아내어 그 사람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내려 애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호 이모의 다시 쓰는 심청전처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갇혀 상대의
진심을 볼 수 없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정호를 정호로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를 진정 이해하는 시간은 조건이나
외적 요소를 배제하고 들여다 보아야할 것 같다.
내가 나라서 좋은 것처럼, 정호도 효은이도 그 자체가 아름답고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