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나’. 책 이름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라나는 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빨간 머리 앤’의 앤처럼 긍정적인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올까. 어떤 ‘파라나’ 같은 주인공이 나올까 하는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 백정호. 잘 생긴 얼굴에 ‘착한 학생’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정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착한 학생이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호의 아버지는 두 팔이 뒤틀리고 어머니는 다리 한 쪽을 저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과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착한 학생’, ‘착한 아들’이라고 하며 효행상 대상까지 덥석 안겨주니 정호는 부담스럽게만 느낀다. 정호는 결코 ‘파라나’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한 정호에게 넉살 좋게 먼저 다가간 효은은 항상 싱글벙글 웃고다니는 아이이지만 효은은 효은대로 마음의 상처가 있다. 효은의 아버지는 효은이 사고로 인해 다리를 못 쓰는 자신을 창피해하자 의족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 의족으로 인해 다리 상태가 더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게된다. 이런 효은은 자신의 부모님을 창피해하고 숨기려 드는 정호에게 자신도 그랬었다면서 정호가 좀 더 솔직하게 살기를 바란다.
전갈법이다. 독을 품고 자존심을 지켜내려면 힘차게 맞서야 한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기 위해서는. 세상 모두가 눈감아 준다고 해도 내 양심을 알고 있으니까. 거짓 없이 정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당당하게 걸어가자. 무의미한 원망이나 절망은 여기서 그만, 자책 따윈 개나 줘 버리자! 가슴을 펴고 눈빛을 빛내며 당당하게, 그리고 부드럽고 정확하게 내 뜻을 전해야 한다. 전갈은 전갈답게, 백정호는 백정호 답게, 정호는 우산을 뒤로 젖히고 하늘를 올려다 보았다. -282p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두 사람, 정호와 효은이 서로를 이해해주는 좋은 친구가 되면서 정호는 점차 변화한다. 억지로 자신에게 주어진 효행상 대상과 100만원을 자신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거절하기까지 한다. 자기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앞으로 정호와 효은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갈지 궁금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은 당당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진정한 ‘파라나’ 같은 사람이 될 정호와 효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