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진 부모를 가졌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내게도 부모가 살아 계시지만 아무런 장애는 없다. 그래서 처음엔 이 아이의 행동이 다소 좀 지루하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가만히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아이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완전히 이 아이의 입장이 될 수는 없지만 주위 사람들과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엇이 아이를 아프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지를 엿보았다고 할까?
언제나 착한아이라고 불리는 백정호는 진짜 착한 아이가 아니다. 떠벌리기 좋아하는 거짓말 쟁이에 장애를 가진 엄마 덕분에 착한 어린이 상을 받고 착한 아이라 불린다. 그런 사실이 죽기보다 실은 사춘기 정호지만 본심을 꼭꼭 누른채 그저 속으로만 삭이고 있다. 고등학교는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동떨어진 곳으로 진학을 하게 되지만 결국 이곳에서도 자신이 장애를 가진 부모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급기야는 대효행상을 받게 되기까지 한다.
아이는 전갈을 키운다. 독을 품고도 생존의 기운을 뻗치는 전갈을 보며 정호는 스스로 위안을 얻는다. 자신에게도 숨겨진 독이 있어 그것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갈만은 알아주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효은이라는 아이와 친구가 된다. 늘 밝고 긍정적인 아이 효은은 배가 고프다면서 천연덕스럽게 정호에게서 돈을 받아 다른 친구에게 빵셔틀을 시키는가 하면 자신의 초라하기 그지 없는 집에도 데려가는등 아무런것도 숨기지 않고 모든걸 다 보여주려 한다. 그런 효은이 너무도 부러운 정호!
늘 학교를 오며가며 자신을 착한 아이라고 부르는 동네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아감을 느끼게 된다. 어쩌다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게 된 날 그렇게 감추고 싶었던 것을 모두에게 들키고 만 정호의 쪼그라진 모습을 본 친구 효은은 정호에게 한방 날리게 되고 그로 인해 서로 불화를 겪게 되지만 효은 또한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긍정적으로 사는 효은이 얄미운데 눈물이 난다.
결국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지듯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정호! 자신은 절대 착한 아이가 아닌데도 착한 아이로 취급받는다는 사실이 싫다는 것을 전갈이 일침을 놓듯 이제야 큰목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된 정호는 어느새 성장해 있다. 착한 아이란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데 정호는 늘 억지춘향으로 그렇게 살아 왔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 효은과 정호의 아픔을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을 떠올리게 된 아버지와 아들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 보게 된 엄마로 인해 진정 푸르르고 싱싱한 파라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