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님의 글은 따스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결말이 좀 우울하지만 초록이를 위한 엄마의 헌신, 희생이 눈물겹다. 분홍원피스를 입은 아이가 저마다 각자 다른 옷을 입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아이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은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고. 흠..
1학년 김다정은 학교가 재미없다. 이미 유치원 때 다 배운 걸 가르친다고 시시하고 선생님이 딱딱하다고 절대 웃지 않는 할머니라고 한다. 아이의 말대꾸에 엄마는 투정 부리지 말고 학교에 가라고 하시며 ‘쟤가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 몰라’라고 말한다. 다정이는 ‘난 똑똑한 공주가 될 거야!’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공부 잘하려고 교과서를 다 들고 다니려고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다니는 수다쟁이 수지도 싫고, 자기 이름을 맘대로 부르며 공부도 못하는 창우도 싫고 (다정하지 않다고 안다정, 쌀쌀맞다고 쌀다정) 작고 마르고 입도 뻥긋하지 않는 상민도 못마땅하다. 다정이는 수학도 척척 풀고 받아쓰기도 반듯한 글씨로 또박또박 쓴다. 그런데 창우는 글씨도 엉망이고 틀린 답을 쓰면서 귀퉁이에 쥐를 그리느라 정신이 없다. 못마땅한 창우에게 한마디 하는데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같이 벌을 받는다. 억울해요!
그때 상민이가 급기야 큰 실수를 하고 선생님은 상민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아이들이 한심하다며 학교를 끊을 거라는 다정의 말에 선생님도 아이들이 김다정이 뭐가 될지 궁금하다며 특별한 숙제를 내준다. (특별하다니 다정이는 자기에게 딱 맞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1. 자기 소원이 무엇인지 표시 내고 오기 (그림, 옷, 물건 사용해도 됨)
2. 절대로 말을 하면 안 됨! (표시만 보고 서로 알아맞히기)
3. 엄마 아빠한테 묻지 않기 (반드시 자기 생각이라야 함)
옆 반에서 눈치 채지 않게 조용히!
자기가 얼마나 특별한지 보여줄 다정인 오랜만에 분홍 드레스를 입는다.
소란스러운 교실엔 아이들이 다양한 표시를 하고 왔다. 표지에 나오듯이 배트맨 망토를 걸친 아이, 로봇 팔을 오려 붙인 아이, 악보를 줄에 걸어 목에 건 아이, 축구공이 든 그물주머니를 메고 있는 아이, 양쪽 귀에 연필을 꽂은 창우 등. 그런데 모두들 색연필로 그린 지하철 지도가 붙어있는 모자를 쓴 상민을 본다. 지도 그리는 사람? 모자가 되고 싶나? 똥 모자? 그런데 상민은 뭔가를 중얼거린다. 그런데 알고 보니 전철역 이름이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쉬지 않고 땀까지 흘리며 역 이름을 줄줄 이어댄다. 천재가 되고 싶냐는 친구들의 말에 “지하철을 타고 끝에서 끝까지 혼자 다니고 싶다”고 한다.
상민의 재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난 창우와 다정이는 한숨을 쉰다. 선생님이 지나가시며 다정이는 보석이 되고 싶은가 보구나, 보석이 되려면 아주 훌륭해져야 할 걸, 창우는 목수? 라고 묻자 다정이가 나서서 창우는 화가가 될 거에요. 라고 말한다. 선생님도 창우가 그림을 잘 그리는 줄 모르셨다고 한다.
자리로 돌아 온 창우는 자신의 꿈을 다정에게만 이야기한다. 난..
누구나 꿈이 있다. 예전에 비해 꿈도 다양해지고 있다. 나의 두 공주도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며 딱딱한듯 보였던 선생님의 자상한 모습에 떠오르는 선생님이 있어 혼자 웃었다. 그리고 대체 넌 뭐가 될 거니? 라는 말은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에게 왠지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그런 억양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