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그림책에서 드러나는 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그림책에는 판타지의 요소가 있다. 현실에서 매번 접하기 힘든 작고 큰 재미나 감동을 책 속에 마련된 상상 속 세상에서 (간접)경험하려면 판타지는 꼭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 요소가 너무 과하거나 부적절하게 표현되는 경우 재미는 없고 공감은 가지 않는 책이 되는 경우도 많다.
매일 접하는 평범한 일상과 함께 그 것의 한 쪽에서 기인한 판타지가 적절한 양으로 잘 버무려진 이야기를 만났을 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책을 보고 또 보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인 <구름 공항>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이 책 <이봐요, 까망 씨!>는 특히 일상과 판타지의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다.
까망 씨라는 심드렁한 일상을 살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 날 집안에 착륙한 외계 비행선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또 다른 이야기는 현실과 판타지를 자연스럽게 오고 가면서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한다.
인간의 말을 못하는 고양이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외계인, 곤충의 모습에서 글 없는 그림책의 묘미도 느껴진다.
(숨겨진 그들의 대화를 유추하면서) 눈에 보이는 장면에서 바로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우선 꾸미고 좀더 들여다보며 숨어있는 또 다른 이야기까지 이리저리 만들어 보는 것은 글만 한차례 읽고 끝내는 그림책으로는 경험하기 힘들다.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독서의 효과는 이런 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듯.
작가는 대사를 넣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그 어떤 그림책을 읽을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오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