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디카밀로의 ‘에드워드 톨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고 도자기 토끼 인형의 정말 신기한 여행과 할머니의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사랑이 없이 어떻게 해피엔딩이 가능하겠냐’와 ‘나를 실망시키고 있구나’ 라는 말씀은 마치 내게 이렇게 살면 너도 사랑 없이는 살 수 밖에 없다는 충고로 들렸다.
(리뷰: 사랑을 주다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이번에 만난 케이트 디카릴로의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책 중간에 만화형식의 내용도 있어서 신선한 재미가 있다. 시를 좋아하는 틱햄 부인은 생일선물로 어처구니 없게 진공청소기를 받는다. 무심한 남편! 온갖 것을 모두 빨아들이는 초강력 울트라 진공청소기는 급기야 마당에 있던 다람쥐까지 꿀꺽 하고 덜컥 고장이 난다. 진공청소기 속에 빨려 들어갔다 플로라의 입김으로 살아난 다람쥐는 신기하게도 초능력을 갖게 되는데 그 무거운 진공청소기를 번쩍 든다. 플로라는 다람쥐의 이름을 청소기의 이름을 따 율리시스로 짓고 몰래 집으로 데려온다.
초능력 주인공이 나오는 즐겨보는 만화책 ‘놀라운 인캔데스토의 번뜩이는 모험!’ 부록만화 ‘당신에게도 터질 수 있는 끔찍한 일들!’ ‘우리들 사이에 존재하는 범죄의 요인’ 시리즈를 좋아하고 엄마의 말대로 천성이 냉소적이라고 생각하는 플로라. 그녀의 엄마는 유명한 작가인데 실생활은 전~혀 로맨스 하지 않지만 오글거리는 로맨스 소설을 쓰고 딸보다는 아름답다고 칭하며 메리 앤이라 이름붙인 양치기소녀가 달린 스탠드를 더 좋아한다.
참 아빠는 엄마가 로맨스 소설을 사랑하고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떠났다.
플로라의 품에 안겨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다시 생각하게 된 율리시스, 율리시스가 인캔데스토처럼 우연하게 충격으로 초능력을 가졌다 생각하면서도 ‘섣부른 희망을 가져선 안 돼, 그냥 잘 지켜봐’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는 플로라. 그런데 깜깜한 밤에 배고픈 율리시스는 부엌에서 치즈 과자를 꺼내 먹고 뭔가 작업을 한다. 그게 엄마 화를 불러 일으켰고, 율리시스가 진짜 존재했는지 궁금한 틱햄 부인과 일시적인 시각장애를 가진 조카손자 윌리엄이 방문하고 토요일이라 아빠 조지도 방문한다.
홀리 바굼바! 타자를 칠 수 있는 다람쥐라니! 그것도 시를 쓰는!! (홀리 바굼바는 ‘놀라운 인캔데스토의 번뜩이는 모험에 나오는 앵무새의 소리다.)
플로라와 율리시스는 아빠의 아빠의 집으로 가는 길에 큰 사고가 나고 아빠의 옆집 미이스챔 박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세상에는 더 많은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하게 되거든’ 무척 긍정적인 미이스챔 박사의 말씀에 냉소적이라 생각한 플로라의 마음이 서서히 열린다. 미이스챔 박사와 아빠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플로라는 아빠를 그리워하며 잠이 드는데 율리시스가 슬쩍 나갔다가 엄마에게 붙잡히고 율리시스가 사라진 걸 안 플로라는 옆집 윌리엄과 틱햄 부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인질로 엄마의 매리 앤을 데리고 부인의 차를 타고 율리시스를 찾으러 간다. 한편 율리시스를 처리하려는 엄마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매사 긍정적이고 기적을 믿는 미이스챔 박사, 아빠를 그리워하며 일시적 시각장애를 가진 윌리엄, 천성적으로 냉소적이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따스한 플로라, 플로라가 평범한 아이이기를 바라는 엄마, 좀 엉뚱하지만 여전히 딸과의 추억을 간직한 아빠, 시를 사랑하는 틱햄 부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책이 ‘그냥 이야기책이 아니라 깊은 우물같다’는 옮긴이의 말에 (나이에 따라 우물물의 용도와 맛이 다를 거다) 지금 이 책을 읽는 나는 이만큼 느꼈지만 정자매를 다르게 느낄 테고 다음에 읽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을 받겠지. 그들이 서로에게 받은 위안과 사랑 그리고 행복을 느낀다. 궁금해서 휘리릭 읽고 다시 천천히 음미했는데 다시 읽을 수록 더 좋다.
항상 너에게 돌아온다고 약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