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가족이라는 깊고 긴 뿌리,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함께 숨 쉬는 저택의 비밀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6월 20일 | 정가 9,000원

으스스하고 비밀스럽고, 친숙한 감정이 묘하게 섞인 보기 드문 이야기 -뉴요커 (표지 中) 

오랜만에 재미있는 미스터리한 판타지 동화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작가 루시 보스턴이 영국 캠브리지 근처에 있는 구백 년 전에 지은 아름다운 장원에서 살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예순이라는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니 작가의 열정 또한 느껴지는 작품이다. 읽다보면 문득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를 떠올리게 되는데, 집안에서 일어나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닮아있기 때문일게다. 문득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나니아 연대기><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같은 멋진 판타지 영화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여덞 살의 토즐랜드는 아빠와 새어머니를 떠나 기숙학교에서 살았다. 방학에도 혼자 학교에 남아 스퍼드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의 연로한 아버지와 함께 지내야 했던 토즐랜드는 올드노 증조할머니로부터 함께 살자는 편지를 받게 되고 그린 노아라는 저택에 사시는 올드노 증조할머니를 찾아 페니 소키로 가게 된다. 기차가 홍수에 잠긴 평야를 지나고 끊임없이 몰아치는 비가 모조리 덮어 버린 곳을 지나면서 토즐랜드는 자신이 노아의 방주로 가는 중이라는 상상을 하는데, 이런 모습 속에 토즐랜드가 얼마나 상상력이 풍부한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토즐랜드가 저택에 들어서면서 증조할머니가 마녀라면 어떻하지? 라는 걱정도 토즐랜드의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렇게 만나게 된 증조할머니는 생각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였지만 토즐랜드의 상상력을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할머니는 토즐랜드를 톨리라 부르기로 했고, 톨리는 이 집이 전혀 낯설지 않았으며 ‘내 집’이라는 느낌이 가슴 깊숙이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톨리는 아이 세 명과 귀부인 두 명이 담긴 초상화를 보게 되었다. 열다섯 살 정도인 소년은 토비, 플루트를 들고 있는 아이는 알렉산더, 일곱 살의 꼬마 여자아이는 리넷이었으며, 파란 드레스를 입은 사람은 세 아이 엄마이며 제일 뒤에 있는 분은 할머니인 올드노 부인이었다. 이들은 아주 오래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홍수에 잠긴 물이 빠지면서 톨리는 저택에서 일하는 보기스 할아버지와 정원을 구경하면서 판자를 찾아내었고 토리의 말이었던 페스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게 톨리는 몇 백 년 전에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증조할머니로부터 조금씩 듣게 되는데, 그러면서 톨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게 되고 여러 번의 숨바꼭질 끝에 결국 세 아이와 만나게 된다. 간혹 자신을 톨리가 아닌 토비라 부르는 증조할머니 역시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함께 살아온 적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톨리와 세 아이 사이에는 한 뿌리, 가족이라는 연대감이 느껴지는 듯 했는데, 이렇게 한 가족의 과거사와 현재를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 펼쳐냄으로써 저자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했다.

 그린 노위였던 저택이 그린 노아가 되었던 아픈 과거사가 드러나고, 톨리와 세 아이를 통해 그린 노아가 사라지게 되는 결말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가 결코 과거와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과거의 아픔, 행복, 슬픔과 즐거운 일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만들어진 현재 그리고 지금의 나, 가족의 뿌리가 없다면 지금의 우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그저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요즘 아이들이 기억해야 할 소중한 지혜가 아닐까 싶다. 저택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담아낸 가족의 소중함과 가족이라는 뿌리가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장르를 통해 너무도 잘 표현해준 듯 하다. 혼자 외롭게 살아온 증조할머니에게 오랜 가족은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그것이 가족의 힘!이 아닐까.

 

 비밀스러우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전하는 표지 삽화와 을씨년스러움을 더하는 펜화, 그에 못지 않은 으스스하면서도 흥미로운 스토리 그리고 그 속에 너무도 잘 스며놓은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주제, 이 세가지가 너무도 절묘하게 잘 짜여져 그려진 작품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는 최근에 읽은 작품 중 가장 멋진 판타지 소설이었다. 강추! 

(이미지출처: ‘비밀의 저택 그린 노위’ 표지와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