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희 지음. 비룡소
드넓은 초원 사자가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데 쿵소리가 나며 돌기둥이 떨어졌어요. 시간을 재는 장치 중에서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이 해시계인 까닭일까요. 마치 돌기둥이 해로부터 나온 듯한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돌기둥 소동으로 고요한 초원은 시끌벅적해지고 동물들은 긴장하며 돌기둥을 지켜보았지요. 원숭이는 돌기둥의 그림자가 해를 따라 움직임을 알아챕니다.
동물들은 돌 세개로 아침 돌, 점심 돌, 저녁 돌로 정하고 시간에 맞는 생활을 시작합니다. 아침 돌에 식사를 하고 점심 돌에 낮잠을 자고 저녁 돌에 놀이를 했지요. 규칙적인 생활의 의미를 알았을까요? 동물들은 더 많은 돌을 가져다 놓고 더욱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첫 번째 돌에 모두 모여 두번 째 돌엔 노래를 하고 세 번째 돌엔 춤을 춰야 하지요. 짜여진 시간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품은 동물들이 하나 둘 늘었고 드디어 사자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돌기둥이 나의 하루를 조각조각 쪼개 버렸어!”
나만의 하루를 찾겠다는 동물들과 달리 시계의 중요성을 깨달은 원숭이들은 돌시계를 들고 초원을 떠났어요. 그리고 돌시계에 맞춰 하루를 살아가지요.
가장 마지막 장면입니다. 초원의 동물들의 모습만 보다가 마지막 도시의 모습이 처음엔 의외였어요. 최초의 인류의 종이 원숭이였다는 설을 감안하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잘 다스리느냐에 따라 얼마나 큰 도약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하루를 쪼개가며 시간을 지배한 원숭이(사람)와 그렇지 못한 동물들(물론 그들만의 규칙이 있겠지만)의 차이를 보여주어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할 것인가 한번쯤 뒤돌아 보게 하는 대목이었어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원숭이의 지혜에 감탄하면서도 시간에 너무 얽매이듯 쫓기는 생활에 반기를 든 동물들의 심정도 이해가 됩니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짜여진 시간표대로만 움직여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안스럽기도 하고말이에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늘 하루의 시간이 주어지고 반복됩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게 쓰는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요!
지난 주말 휴가를 갔던 서해의 한 해수욕장입니다.
갯벌체험을 한 후 호미를 거꾸로 세운 일명 ‘호미시계’에요. 시간의 흐름과 해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위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정도만 보려고 했는데 호미시계는 꽤 정확했어요.
첫번째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 1시 21분. 한 시간 후에 두 돌멩이 가운데 그림자가 있었고 밀물때문에 마지막 사진을 찍은 시간이 3시 10분경. 십여분을 더 기다렸다면(두시간 경과) 돌멩이 눈금에 딱 닿았을 것 같아요.
다음에 야외 활동을 한 공간에서 오래하게 된다면 돌시계를 잘 활용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듯 합니다.
이 그림책에는 화가 앙리 루소의 명작 ‘꿈’, ‘이국풍경’, ‘사자의 식사’를 패러디한 그림이 있다고 해요.
패러디한 장면이 어느 부분인지 그림책과 화가의 그림을 비교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