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이제 두 돌이 넘었으니 숟가락질, 포크질도 혼자 잘 할 수 있음에도 전혀 하려고 들지 않는다. 밥 먹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니 숟가락질이라고 하고 싶겠는가. 밥 먹을 때마다 책을 보지 않으면 아예 안먹으려는 것도 버릇 중에 하나다. 이렇게 써 놓으니 우리 아들, 정말 식습관에 문제가 많다.
녀석과 나의 밥상 전쟁이 한창인 요즘, 비룡소의 <숟가락 들고 냠냠>을 만나게 되었다. 오호, 나에게 밥상 전쟁에서 승리할 비밀 병기가 생겼다! 하며 엄청 좋아했다. 특히 표지가 참 즐거운 책이다. 우리 아이와 같은 남자 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숟가락을 혼자 들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정말 내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이랄까. ‘혼자’ 숟가락질을 하며 밥 먹으면서 ‘즐거운’ 모습 말이다. 표지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는 수레에 숟가락과 물컵과 밥그릇을 태우고 식탁으로 간다. 그리고 엄마에게 밥 주세요!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아이는 혼자 숟가락을 들고 밥을 맛있게 먹는다. 단순한 스토리의 이 책이 재미있는 부분은 ‘의성 의태어’에 있다. 기울림과 크기가 변형 되어 있는 의성의태어를 읽다보면 저절로 운율이 느껴진다. “어디 어디가?”가 아닌 “어디, 어디가?”로 표현할 만큼 읽는 맛을 살리는데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저자인 정은정씨는 아이를 키우며 실제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이 원하는 표현이 참 잘 나타나 있다. 시종일관 웃고 있는 아이와 숟가락, 물컵, 밥그릇의 얼굴 표정이 그러하다. 이 책을 읽는 시기의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표정에 상당히 많이 관심을 갖고 따라한다. 주인공이 웃으면 자기도 따라 웃는다. 그래서 밥 먹기와 같은 책에서는 아이 표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도 밥먹기가 즐거운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