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받은 연못지기 책을 보며 잠깐 당황했다. 솔직히 학습만화를 즐겨보지도 않고, 그리 추천을 하지도 않는 편이라서 이게 얼마만에 보는 만화책인지를 모르겠다. 워낙 어린이 책 분야에서 학습만화의 부분이 커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 어린 결이도 마법 천자문을 몇 권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만큼 같이 손뼉쳐주지 못하는 마음도 크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이 책은 학습만화는 아니고 ‘인성만화’였다. 배울거리(?)에 대한 주제가 노골적인 학습만화에 비해서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읽는 이야기만화에 가까웠다. 난 그 점이 좋았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만화를 좋아한다. 그러니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도 책을 보게하는 동기부여는 확실하다. 돌아보면 우리도 많은 순정만화, 드래곤볼, 슬램덩크 같은 이야기만화들을 읽으면서 자랐는데 오히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학습만화를 훨씬 많이 읽는다. 만화를 보는 순간에도 배우게 하기 위한 속임수 같아보여서 난 학습만화를 보는 시선이 좋지는 않다.
물론 이 책을 펴면서도 그런 의심이 들었다. 인성만화라고 하니 ‘게임중독’이라는 주제답게 게임에서 오는 부작용과 폐해를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너무 뻔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물론 그런 요소들이 들어있지만 너무 뻔하게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게임이 주는 좋은 점도 함께 보여준다.
공부만 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지를 못하는 도현이나 실제로는 씩씩한 면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과 선뜻 가까워지지 못하는 안나 같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도현이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워나가기도 하고 생활에 활력을 얻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그 안에서 조절력을 잃은 도현이가 게임으로 겪는 다양한 우여곡절도 보여준다. 셧다운제로 인해 12시 이후에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자 부모님의 주민번호로 새로운 게임 계정을 만들게 되는 내용이라든가 게임캐릭터를 빨리 키우기 위해서 무기를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만화책은 아이들, 아이를 둔 부모들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
다만, 중간에 이웅이라는 아이가 도현이를 PC방으로 데리고 가서 힘으로 제압한 후 도현이의 계정에 로그인해서 비밀번호를 바꾸고 계정을 뺏어가는 장면은 저학년 아이들이 보는 책에서 과하지 않았나 싶다. 또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나오는데 첫 장면에서 중간고사 등수를(1등) 교사가 직접 말해주는 장면도 현실과는 차이가 커서 아쉽다.(요즘 초등 평가는 서열화를 지양하고 있다.) 소아정신과 교수의 감수를 받은 내용으로 뒷부분에 참고내용처럼 게임중독에 걸리는 까닭, 벗어나기 위해 실직적으로 부모들이 해야하는 것들의 자세한 조언들은 큰 도움이 되어보인다. 예를 들면 부모가 직접 아이들의 게임 시간관리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 ’15분 남았으니 이제 마무리 할 준비를 하라’는 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에 아이들이 더 고마움을 느낀다는 이야기 처럼 말이다.
마인드 스쿨 시리즈의 앞 주제들을 보면 자신감, 폭력예방, 왕따, 정리정돈, 감정표현 같은 실질적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주제들이 많다. 8권 이 책을 포함하여 저학년에서 중학년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둔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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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온 날, 결이에게 슬쩍 책을 건네주었다.
‘엄마, 나 주는 만화책이야?’ 라며 얼굴에 생기(?)가 돈다.
읽어보라고 했더니 앉아서 금방 읽어낸다.
책이 어떤지 물어보니 ‘엄마, 이 책 참 재미있는데 이상하다.’ 한다.
‘왜?’
‘나는 엄마가 게임만 시켜주면 시간 약속도 꼭 지키고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 말이야.’한다.
^-^
‘응. 학교 가면 나중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