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Marnie was There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7월 17일 | 정가 13,000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어렸을 적에 본 전대물이나, 마법소녀물과 같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만 아는 사람들이라도 누구나 한번쯤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한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웃집 토토로, 천공의 성 라퓨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등, 

애니메이션 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들이라 칭해지는 이 스튜디오는

이 ‘추억의 마니’ 를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제작활동을 끝마치고 스튜디오를 해체한다고 한다.

 

나름의 추억이 깃든 이름이기 때문에, 표지앞에 붙여진 작은 스티커를 보고는 어린시절의 설레임을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창가에 앉아있는 금발의 소녀가 나를 보며 웃는 것만 같았다. 포근한 그 표지에 매료되어, 나는 책장을 넘겼다.

 

추억의 마니의 주인공은 안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 이 아이는 지독히도 자신과 남을 구별하고 있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그녀는 ‘평범해 보이길’ 원했다.

 그녀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은 다르다며 선을 긋고 있었고, 그 선안에서 빠져나오려는 생각조차 하지않았다.

 안나는 그들과 가까이 지내기를 원치않았다.

하지만 책을 몇장 넘기다 보면, 사실은 외로움에 몸부림 치고있는 안타까운 소녀를 발견하게된다.

 그런 그녀가 운명처럼 -어쩌면 정말 운명인- 강가의 저택에서 만난 금발의 소녀는 안나의 마음을, 행동을 뒤바꾸어 놓는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마니가 ‘조력자’ 가 아니라는 것이였다.

이게 무슨소리인고 하니, 안나는 나름의 상처와 괴로움을 안고 있어

나는 마니라는 등장인물은 안나의 상처와 괴로움을 보듬어 안아주는 캐릭터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니는 그녀만의 상처를 안고있었다. 안나와 똑같이. 소녀들은 친구가 되가며 서로의 상처를 낫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추억을 만들어 가며 그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가슴 따듯한 이야기란 말인가.

추억의 마니 의 원제는 When Marnie was There 로 직역하자면 마니가 그곳에 있었을 때 라는 뜻이다.

맨 처음에는 이게 무슨뜻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번역한 제목도 마찬가지였다. 

추억의 마니 라니, 제목만 보고서는 도저히 그 내용을 추측할 수 없다.

알쏭달쏭 수수께끼와 같은 제목을 마음 한구석에 묻었으나, 

그 후 책을 다 읽고서 그 제목을 읽자 ‘마니의 비밀’ 을 알았을 때 처럼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추억의 마니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꿈인지 현실인지,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이야기지만 누구나가 아,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마니와 안나의 운명같은 관계를 알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전율이 오르는 반전까지도.

그렇기에 나는 그 따듯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그렇기에 나는 떠올릴수 있다.

잔잔히 배를 떠나보내는 강과, 그 강변에 위치한 커다란 저택.

강의 주변을 울리는 커다란 종소리와, 저택 위쪽 창문에 마침내 보이는 금발의 소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