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뒤 표지의 ‘너의 오늘 하루는 어땠니?’라는 글귀를 보니 문득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첫 구절이 떠오른다.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혹시 후회하고 있진 않나요 다른 만남을 준비하나요’
내용은 전~~혀 상관없지만 왠지 어떤 날을 떠올리는 글귀다.
내게 기억이 남는 하루는 어떤 날인가 생각해봤다. 태어나고 자라고 학교 들어가고 공부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아이가 학교 들어가고.. ㅎㅎ 그 중에서 큰아이를 처음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생긴 걸 확인하고 우여곡절 끝에 일찍 세상에 나온 아이. 뱃속에서 꼬물거리던 아이와의 첫 만남. 그 아이가 벌써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윽 내년엔 벌써 중학생…
이 책에는 세 아이의 하루가 나온다.
선생님이 정해준 당번으로 오늘 떠든 사람을 적어야 하는 영광.
엄마가 동생을 낳으러 병원에 가신 사이 실수로 정말 정말 실수로 돌멩이로 새를 맞힌 봉구.
마을을 다니며 모은 헌 신발을 무허가 구두방 건물에서 고치는 구두장이 할아버지를 가진 하운.
선생님에게 받은 어명이 부담스러운 영광이는 친구들이 떠들고 소란을 피우면 선생님이 주신 수첩에 이름을 적는다. 그러다 쉬는 시간에 떠들고 소란피우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에 빨간 색으로 이름을 지운다. 적고 지우고 적고 지우고.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영광이가 준 수첩을 본 선생님은 영광스러운 영광이의 생각에 당황한다.
예정일이 남았지만 갑자기 배가 아픈 엄마는 아빠와 병원에 가시고, 수업 후 집에 가던 길에 우연히 돌멩이로 새를 맞힌다. 그냥 겁만 주려고 했는데.. 그 새는.. 겁이나서 도망치는데 필통 안에서 연필이 부딪히는 빠각빠각 소리가 난다. 그런데 뛰지 않아도 그 소리가 귀에 맴돈다. 봉구는 심장이 이상해졌다며 아빠에게 병원에 가자고 한다. 그리고 태어난 동생 봉희. 꼬물거리는 아기를 보고 봉구는 큰 결심을 한다.
헌 신발을 모으는 할아버지.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여 그 일을 그만두라는 엄마와 아빠의 부탁에 얼마 남지 않았다며 며칠 더 기다려달라고 한다. 헌 신발을 새 신발처럼 고치지만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며 팔지도 않고 쌓아두시는 할아버지. 하운이는 그런 할아버지만 따라다니고 부모님은 걱정이 가득이다. 그러다 밝혀진 신발의 주인들과 하운이의 사정에 그리고 할아버지의 마음에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떠든 사람을 칠판에 적던 기억도 떠오르고, 내가 찬 돌에 발이 아팠던 기억도 떠오르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폐지며 재활용품을 모으는 분들이 떠오른다.
어떤 하루인들 소중하지 않은 날이 있을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책을 읽었어도 정리도 못했는데. 잠시 심호흡을 하고 오늘도 화이팅을 외친다.
소중한 오늘, 아니 지금 이 순간!! 이왕이면 즐겁게 지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