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나오는 책이라 그런지 표지가 뭔가 으시시하다.
시커먼 괴물이 금귀걸이를 하고서 눈치를 보며 보물을 훔쳐 가고 있다.
그리고 회색톤의 음산한 분위기와 빨간색 오돌도돌한 글씨로
제목 “땅속나라 도둑 괴물”이라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귀대왕이라는 무시무시한 도둑 괴물이 금은보화와 함께 버들공주를 데리고 가버렸다.
임금은 버들공주를 구해오는 자는 사위로 삼고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어느 누구도 나서지 못한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짜잔하고 나타난다.
짚으로 만든 망토와 털모자를 쓰고 짚신을 보따리와 함께 어깨에 메고 삽살이와 함께 나타난 것이다.
이웃 나라 근사한 얼굴과 몸매의 왕자님이 아니라 한눈에 봐도 거지 사촌 같이 생긴 젊은이다.
외모는 그렇게 허술해 보이지만 눈매는 똘똘하니 반짝인다.
임금은 대궐에서 가장 힘센 군사 셋을 붙여 주며 얼른 떠나도록 한다.
눈 내리는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이 씩씩하다. 이런 젊은이들만 있다면야 무슨 걱정을 하리… 눈 내리는 성곽의 풍경이 수원 화성을 보는 듯하다.
수원에 살때는 눈이 어찌나 싫던지… 지금은 눈이 잘 안내리는 곳이라 눈이 가끔은 그립다.
땅속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백일을 헤매다가 잠깐 잠든 사이에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길을 일러준다.
황소만한 호랑이를 타고 흰수염을 배꼽까지 늘어뜨린 할아버지, 바로 산신령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산신령은 하얀색 옷을 입고 나타났는데
이번 산신령은 연두빛이 나는 옷이고 신발도 꽃신이다.
멋쟁이 산신령인가보다.
산신령이 알려준 거북 바위로 가서 칡넝쿨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젊은이.
컴컴한 땅 속으로 들어가기 싫어하는 군사 셋의 표정이 생생하다.
막상 땅속나라에 들어가니 어찌나 밝고 넓은지 젊은이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버들공주와 만나게 되자 버들공주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가게 된다.
헛간으로 가서 젊은이는 아귀대왕의 무쇠신과 큰 칼을 들어본다.
무쇠신을 신고 뒤뚱뒤뚱 걷고 칼은 휘두르는데 휘청휘청한다.
아귀대왕의 큰 칼을 들어보는 젊은이의 얼굴표정이 정말 재미난다.
얼마나 무거운지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고 앙 다문 입과 벌름거리는 콧구멍이 참 실감난다.
열흘동안 아귀대왕이 마시는 장군수를 열심히 마시고 힘을 기른 젊은이.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귀대왕은 버들공주가 차려준 술과 음식을 먹고 잠이 들려고 한다.
이때 버들공주는 놓치지 않고 아귀대왕의 흠이 무엇인지 알아낸다.
바로 왼쪽 옆구리에 있는 비늘이다.
젊은이는 아귀대왕이 잠든 사이에 옆구리에 돋아난 비늘을 없애고
아귀대왕의 목을 내리쳤다.
애고머니나, 아귀대왕의 목에 다시 척 들러붙는 게 아닌가!!!
하지만 젊은이와 슬기로운 버들공주와의 합동작전으로 아귀대왕의 목을 베어버린다.
그동안 잡혀왔던 아가씨들을 구출하고 금은보화를 챙겨 올려 보내고 나니
군사 셋은 젊은이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아버린다.
아가씨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내고 군사 셋은 버들공주를 윽박질러 임금에게 말하지 못하도록 한다.
땅속나라에 홀로 남은 젊은이는 산신령의 도움으로 땅속나라를 뻥 하고 탈출한다.
호랑이를 타고 솟아오를때 구멍을 막고 있던 바위가 하늘 높이 날아간다.
내 마음도 같이 시원해지는 것같다.
사실을 모두 알게 된 임금은 군사 셋을 감옥에 가두고
젊은이는 큰 상을 받는다.
처음에 임금이 약속한 대로 큰 상을 내리고 사위로 삼는다.
결혼한 버들공주와 젊은이는 아들 세, 딸 셋을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단다.
책 뒷편에 실린 이야기를 읽어보면
글을 쓰신 송언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신 장선환 선생님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송언 선생님은 다양한 도둑 괴물 이야기를 조사한 후,
가장 완벽한 짜임새를 갖추고 긴장감 있게 흘러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구수하고 따뜻한 입말체와 반복의 묘미를 살린 리듬있는 글이 재미를 더한다.
장선환 선생님은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 지상과 지하의 공간 표현 차이,
콩테와 목탄, 파스텔을 이용한 섬세한 선과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했다.
그 덕분에 생생한 얼굴표정과 행동을 느낄 수 있다.
괴물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집 큰아이는
손으로 만져보면 굴곡이 느껴지는 글자가 있는 책의 표지부터 재미있어 한다.
얼마전 미술시간에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 본 경험이 있었던 지라
그림을 보자 “파스텔이다” 하고 외친다.
땅속나라에서 버들공주와 젊은이가 함께 훈련하며 아귀대왕이 오기를 기다리는 장면,
아귀대왕의 머리를 칼로 내리치는 장면, 잘린 머리가 다시 척 달라 붙는 장면 등은
침을 꿀꺽 삼켜가며 빨리 뒷장으로 넘어가라고 난리다.
콩테나 목탄으로 시커멓게 그린 그림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괴물이 한 금 귀걸이, 벌렁코를 우스워한다.
긴장감있는 전개, 행복한 결말, 딱딱하지 않은 입말체 표현,
그리고 날카로운 듯 부드러운 선으로 표정과 행동을 선명하게 잘 표현해 준 그림 덕분에
옛이야기 한편 잘 읽었다.
<비룡소 출판사에서 책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이며, 비룡소 연못지기 15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