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을 같이 읽으면서 아이들보다 내가 더 공감하고 위로받을 때가 많다. 가급적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기도 하고 아이들의 눈으로 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가 많다.
구두를 들고 ‘괜찮아 괜찮아’라는 생각하는 아이와 배경에 그어진 빗금이 마치 복잡한 아이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 속에는 까만 배경으로 나온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님이 아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을 내셨다. 눈물도 주고 분노도 주고 감동도 듬뿍 준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식당 일을 하는 바쁜 엄마를 가진 주경.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줄넘기를 하다가 실수로 친구 혜수의 머리가 맞게 되는데 그때부터 혜수의 심부름꾼이 된다. 일명 초콜릿 셔틀. 혜수는 모범생이고 반장이고 같이 다니는 미진이와 함께 아이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주경인 혜수와 미진이에게 눈깔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저 애들 눈에 거슬리면 편하게 지내가 어려워서) 문득 친구가 없어 슬픔을 느끼고 자신을 놀려먹는 재미가 빨리 없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새로 전학 온 명인이라는 아이는 성적이 우수하다는 선생님의 칭찬에 혜수는 명인이를 곱게 보지 않는다. 학예회 준비로 분주한 아이들은 어떤 장기자랑을 하겠다고 서로 팀을 짜지만 주경이는 혼자다. 혜수의 팀에 끼고 싶지만 불러주지 않아 포스터 그리는 팀에 강제로 들어간다. 어느 날 혜수와 미진이는 어떤 구두를 보고 이 구두를 처리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먼저 내려가 있겠다고 한다. 구두를 창 밖으로 버리라고? 고민하고 고민하던 주경이는 자기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고 거듭 생각하고 창 밖으로 슝~ 그리고 도망가는 누가 본 것 같아. 정아가?
집에 가는 길에 있는 기역자 소풍 가게에서 장화를 보니 명인이 신발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돈다. 가게로 오니 할머니가 속상해하시고 엄마는 명인이한테 누가 텃새를 부리냐고 한다. 알고 보니 새로 온 가게 일 도우미 할머니가 명인이 할머니란다. 이걸 어쩌나..
혜수는 여전히 초콜릿을 원하고 정아가 제대로 못하니 같이 댄스 연습을 하자고 한다. 주경이가 생각만큼 아니면 생각대로 제대로 못 하자 혜수는 간식이나 책임지라고 한다. 그 길로 뛰쳐나오고 길거리에서 명인이의 구두로 보이는 신발을 물어 뜯고 있는 강아지를 보고 화를 낸다. 그걸 본 우영이는 이상한 눈치를 채고 고백하라고 말한다.
정아는 명인과 바이올린을 배우는 눈치고 학원에서 처음 봤다고 생각하는데 현수라는 아이는 주경이를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는 듯 행동한다. 주경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네?
아이들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눈깔은 눈깔대로 다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대로 그들의 자리를 잘 찾아간다. 권선징악은 아니지만 왠지 그런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내가 마음을 열고 책을 읽는다 해도 고정관념이 남아있나보다. 기역자 소풍 가게에 있는 의자에 앉아 햇볕을 받으며 위로 받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말대로 ‘생각해 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단 한 사람이 되어도 좋고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속에 나오는 4월과 5월의 ‘등불’을 들으니 기분이 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