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제목 :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글쓴이 : 윤해연 출판사 : 비룡소
이 책은 제3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이다. “너의 오늘 하루는 어땠니?” 영광이, 봉구, 하운이가 보낸 잊을 수 없는 하루를 소개한다.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 -> 영광이의 하루」 이영광을 소개합니다. 반에서 키도 제일 크고 덩치도 제일 크다. 공부는 잘 못하지만 그런 건 창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억울한 일은 있다. “영광스러운 이영광! 오늘도 받아쓰기 꼴찌다! 이름값 좀 해야지.” 이런 놀림을 아이들도 아닌 선생님이 하고 있다. 아이들이 해도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해야 할 텐데, 선생님 맞아? 영광이가 정말 억울하고 상처 받을 일이다. 영광이는 선생님으로부터 떠드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라는 지시와 함께 노란 수첩을 받는다. 영광이는 떠드는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나가다가 아이들이 떠드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떠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적었던 이름에 가위표를 친다. 선생님이 맡긴 일을 하지 않았으니 오히려 혼이 날 수도 있지만 기분은 좋은 영광이. 영광이 입장에서 보면 쉬는 시간은 이야기 하고 떠들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만의 자유시간인 것이다. 쉬는 시간까지도 조용해야 한다면, 그건 쉬는 시간이 아니다. 이름을 적다 보니 그때그때마다 아이들이 일부러 떠든 게 아니고, 그런 상황에서는 말이 필요한 거라고 느낀다. 아이들의 마음을 같은 아이인 영광이가 이해하는 심리묘사는 순수함을 잃은 선생님에게 항의하는 듯하다.
「내가 던진 돌 -> 봉구의 하루」 동생이 태어나기로 한 날, 봉구는 간만에 주어진 자유 시간에 피시방을 갈 수도 있지만, 아파트 너머 작은 저수지로 향한다. 저수지에 갔다 장난으로 돌을 던졌는데 그 돌에 새가 맞아 죽는다. 이렇게 우연한 계기로 사건은 시작된다. 봉구의 마음속에는 병원에 간 지 몇 시간째 아기가 나오지 않는 엄마보다도 돌멩이에 맞은 새 걱정이 더 크다.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절대로, 절대로 맞히려고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장면 집 일 봐주는 형을 통해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 얼마나 힘이 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봉구는 저수지로 돌아가 새의 생사를 확인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는 이미 죽어있었다. …… 드디어 태명이 봉희인, 동생이 태어나던 날, 봉구는 엉엉 울면서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꼬물거리는 아기를 보고 봉구는 큰 결심을 한다. 새를 묻어주기로 한 것이다. 이일을 통해 봉구는 마음과 생각이 한 뼘은 자랐을 것이다.
「구두장이 할아버지 -> 하운이의 하루」 교통사고로 동생 지운이가 죽은 뒤, 말을 잃어버린 하운이. 오랫동안 직업으로 신발을 고치는 일을 하던 할아버지. 마을을 다니며 모은 헌 신발을 무허가 구두방에서 고치는 구두장이 할아버지. 무허가라서 민원도 들어오고 철거도 해야 할 형편이어서 이미 한 번 문을 닫았지만, 3개월 째 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할아버지는 다시 문을 열었다. 아들과 며느리는 하운이를 생각해서라도 얼른 정리하라고 한다. 하운이는 실어증에 걸린 상태였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하운이를 위해 할아버지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 나간다. 헌 신발을 새 신발처럼 고치지만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며 팔지도 않고 쌓아두는 할아버지. 하운이는 그런 할아버지만 따라다니니 아들과 며느리는 걱정이 가득이다. 그러다 밝혀진 신발의 주인들. 어느 날 새벽. 하운이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는 구두방으로 향한다. 주변은 온통 어둠이고, 편의점 불빛만 있다. 그곳에는 새 것 처럼 고쳐진 신발들이 가지런히 주인을 기다리는 듯하다. 잠시 후 그림자들이 나타난다. 뚱뚱한 그림자, 마른 그림자 등이 와서 신발을 하나씩 신고, 사라진다. 그렇게 맨 마지막에 남은 작은 아이 그림자는 바로 지운이, 1년 전 사고로 떠난 하운이의 동생이다. 하운이는 지운이의 그림자를 보고 말을 한다. “지운아, 미안해……. 미안해…….”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의 장면이다. 하운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동생 지운이의 영혼에 신발을 신겨 주는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낸다. 이젠 하운이도 지운이도 모두 마음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다독여지는 듯해서 읽는 내가 더 다행이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어떤 하루인들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매일 매일 특별한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