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 글. 장선환 그림
땅 속 나라 도둑 괴물의 이름은 ‘아귀 대왕’이에요. 얼굴은 바닷물고기 아귀의 형상인데 성질이 사납고 지독히 탐욕스럽지요. 아귀 대왕이 나타났다하면 곳간이 탈탈 털리는 것은 물론, 어여쁜 아가씨들도 사라져 버리는데 임금님이 가장 아끼는 버들 공주마저 잡아 갔어요.
임금님은 버들공주를 구해오는 자를 사위삼고 큰 상을 내리겠노라 하지만 겁에 질려 누구 하나 나서지 않았어요. 그 때 용감하게 나선 젊은이에게 임금님은 가장 힘센 군사 셋을 붙여 줍니다.
젊은이와 세 군사가 길을 나서고 석달이 흘러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왔지만 아귀대왕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지쳐가고 있었어요.
젊은이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걸까요? 꿈에 산신령이 황소만한 호랑이를 타고 나타나 땅속 나라로 들어가는 길을 일러 줍니다. 젊은이는 땅속나라로 통하는 구멍을 찾아 내려가 드디어 버들공주와 만나게 되지요. 아귀 대왕의 검과 무쇠신은 젊은이에게 너무 버거웠어요. 버들공주는 아귀 대왕이 마시는 장군수를 젊은이에게 마시게 하여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합니다.
드디어 아귀 대장이 돌아온 날, 젊은이는 버들공주의 도움을 받아 아귀대왕을 물리칩니다.
이대로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가 싶었는데 젊은이에게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네요. 젊은이는 땅위에서 기다리던 세 군사에게 바구니를 내리도록 해 버들공주와 땅속나라에 갇혀있던 여인들, 그리고 금은보화를 땅 위로 올려보냅니다. 그리고 드디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을 때 탐욕에 눈이 먼 세 군사는 구멍을 막고 젊은이를 땅속나라에 가두고 궁굴로 돌아가 온 영광을 차지하려 합니다.
하지만 또 한번 젊은이는 산신령의 도움을 받습니다. 산신령이 보내준 호랑이를 타고 궁궐로 무사히 돌아오게 되지요. 젊은이와 버들공주는 아이 여섯을 낳고 다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비룡소 전래동화 스물아홉번 째 그림책인 ‘땅속나라 도둑괴물’은 이미 다른 전래이야기로 많이 접해온 이야기이지만 새로운 설정과 상황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아요. 바닷물고기 아귀 얼굴을 한 아귀대왕, 그리고 아귀대왕의 유일한 흠인 옆구리의 비늘 등의 설정이 재미있습니다. 또한 젊은이의 용맹한 모험이 성공하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게 아니라 탐욕스러운 세 군사의 배신으로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되지요. 호랑이의 도움으로 땅 속 나라를 탈출하는 부분은 속이 다 시원하도록 통쾌합니다. 평범한 주인공이 복을 받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희망을 줍니다. 반면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벌을 받는 모습을 통해 정의를 배울 수 있을 것 같고요. 옛이야기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착하고 진실된 사람들이 더욱 잘 살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어장면의 그림에서 연상되는 그림책이 있어 보았더니 역시나 ‘네 등에 집지어도 되니?’의 장선환 작가님이네요. 땅 속과 땅 위의 색감 대비로 이야기가 더욱 역동적으로 다가오고, 아주 작은 그림에도 다채로운 표정을 담겨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책 제일 뒷부분의 ‘알고 보면 더 재미난 옛이야기’를 읽고 다시 찾아보니 젊은이가 호랑이를 타고 땅 위로 솟아 오르는 그림에서 나무꾼과 노루, 그리고 깜짝 놀라는 뱀과 강을 지나는 돛단배 등이 보이네요. 멋진 그림과 재미있는 입말이 만나 옛이야기가 더욱 즐겁습니다.
질감이 있는 제목, 프로타주의 즐거움을 놓칠 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