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3회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한 윤해연 님의 단편집.
영광이, 봉구, 하운이의 하루가 아주 솔직하게 그려진 이야기다.
선생님에게 떠든 반 아이들의 이름을 적으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된 영광이.
저수지에서 장난으로 던진 돌에 그만 새가 죽어 미안해 하는 봉구.
죽은 동생 지운이의 영혼에 신발을 신겨주는 하운이.
세 명의 아이들이 기억에 오래오래 남길만한 하루를 보낸 이야기다.
특히 표제가 된 ‘오늘 떠든 사람 누구야?’의 상황은 지금 3학년인 아들의 학교 생활과 닮은 점이 많았다.
영광이는 선생님에게 ‘떠든 아이 이름 적기’란 임무를 띠고 노란 수첩을 받는다.
누구를 적을까?
토닥토닥 다툰 지우와 아름이 이름을 적을까? 다투는건 떠든게 아닌데.
점심 시간에 맛있는 반찬가지고 티격태격한 정우와 현기 이름을 적을까? 중간에 화가나 교실 밖으로 나갔으니 교실에서 떠든게 아닌데.
수업시간에 만화를 그린 현기 이름을 적을까? 수업시간에 딴짓한 것은 맞지만 떠든 것은 아닌데.
그럼 신나게 논 아이들을 적을까?
영광이는 친구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반 아이들을 지켜보기만 한다.
반 아이들 이름을 모두 수첩에 적어놓고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친구들 이름 위에 빨간색 가위표를 그린다.
하루 동안 지켜보니 모든 아이들이 떠들고 모든 아이들이 딴짓을 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긴 하루였다.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이 시킨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나는 이제 집에 갈 때 하드를 먹을지, 쭈쭈바를 먹을지 그걸 또 고민해야 한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고민은 바로 지금부터다.
영광이가 처음 선생님에게 노란 수첩을 받을때는 영광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며 신나하더니만, 막상 그 임무가 영광이에게는 너무 힘들었나보다.
수첩을 돌려주자마자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더 중요한 아이스크림 고민에 빠져버리는 것이, 꼭 3학년 우리집 아이와 닮아 있었다.
유쾌하고 지극히 아이다운 영광이의 하루에 비해서 ‘내가 던진 돌’의 봉구는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동생을 낳으러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에, 봉구는 저수지로 가서 돌팔매질을 한다.
맞힐려는 게 아니였는데…. 결코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새가 돌에 맞아 죽어버리고, 그것을 확인한 날 동생이 태어난다.
작가는 늘 다루기 어려운 ‘죽음’이란 주제를 동생의 ‘탄생’과 대조시키며 아이의 죽은 새에게 미안한 마음을 더 극대화하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구두장이 할아버지’ 이야기의 하운이는 동생을 잃고 말을 잃은 아이다.
하운이의 할아버지는 구두장이인데, 남몰래 주인없는 그림자 (죽은 이들의 영혼)에게 그들이 전에 쓰던 구두를 찾아 수선해서 선물하고 있었다.
하운이는 그런 할아버지와 함께 동생의 구두를 동생 그림자에 신겨주고 보내주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하운이는 동생을 놓아주는 것이었다.
‘죽음’이란 주제를 돌려 표현한 것이 좋았는데, 이런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아들은 이 이야기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만큼 초등 저학년에게는 ‘죽음’과 ‘보내주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주제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