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생, 아니 그 이전인 우주의 탄생부터 현대사까지 한번에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뛰엄 뛰엄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역사를 좋아하기에 꽤나 많은 내용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내 아이에게 하나씩 알려주려면 쉽지가 않다. 터무니 없이 방대해지고, 무엇보다 너무 어려운 용어들이 튀어나와서 아이도 나도 정신이 없게 된다. 게다가, 나의 용어들은 지극히 종교적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기에,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러기에 간결하면서도 객관적이고 제대로된 세계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쉽지가 않다. ‘곰브리치 세계사’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계적인 석학 곰브리치의 명저라고 되어있는 ‘곰브리치 세계사’는 세계사 입문서의 결정판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인류 진화에 관한 진짜 옛이야기’라고 말이다. ‘그정도는 내가 더 잘하지’라는 호기로 시작된 『어린이를 위한 학문시리즈』의 일환이었던 세계사 이야기는 1936년 출간되어 출간되자마자 5개 국어로 번역이 되었단다. 작가 말년에 본인의 책을 번역하면서 “『곰브리치 세계사』를 다시 읽어 봤더니 정말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더구나. 내가 봐도 훌륭한 책이야!”라고 이야기를 했을 정도니, 아흔두 살의 생을 마감한 곰브리치의 역작이라고 할 만한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부담 없이 느슨한 마음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임에도 틀림이 없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지구 탄생을 시작으로 말을 하고 음식을 만들구 도구를 이용하는 역사상 가장 위해대 발명가들로 넘어간다. 내 머릿속에 잠재되어있는 위대한 발명가들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읽다보면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방대한 세계사를 풀어내는 방법이 독특하다. 분명 연대순인듯 하지만, 그렇지 않고, 목차 또한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신은 오직 하나뿐’, ‘알라 외에 신은 없고 마호메트는 신의 예언자다’처럼 상반된듯 보이지만, 세계사속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고, 간결한 문맥으로 이야기를 전해준다. 곰브리치가 만들어낸 세계사 속 목차들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이게 뭘까하는 궁금증 말이다. ‘천둥 번개가 치던 시대, 별이 빛나는 밤, 기사 시대의 황제, 불행한 왕과 행복한 왕, 마지막 정복자’ 처럼 여긴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들이 어린아이에게 들려주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판사에서 이야기하 듯 이책은 세계사 입문서다. 시대순, 연도순으로 타이트하게 풀어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히 의문을 갖게 만들고, 다른 책들을 찾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들이 그리스도교와 연결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이슬람 문화를 들려주면서 아브라함이 우르에서 가나안으로 간 여정을 보여주며, 아시아의 사상을 들려준다. 문화는 떼어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문화를 떼어내어 이해하려 하고, 의문을 품을때가 많다. 하나로 이어지는 끈을 곰브리치는 파악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이 짧고 간결한 이야기책 같은 『곰브리치 세계사』가 세계사 입문서로서 빛을 발한다. 더 깊은 내용은 찾아보면 된다. 그전에 발을 담가보고 싶다면 이 책만한 입문서는 드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