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운다는 건 배움의 연속이다. 익숙해질만 하면 다른 일들이 터지고, 수습하고 배워서 다시 익숙해지고… 그러면 또다른 사건이 터지고. 아이에게도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지만 초보 엄마든, 베테랑 엄마든 매일매일이 놀라움이자 새로움인 건 마찬가지이다. 우리 큰 아이는 대소변을 참 늦게 가렸다. 운동신경이 좀 늦어서 그런 것 같은데, 주변에선 걱정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엄마인 내가 느긋했기에 잘 이겨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 오줌에 젖은 이불을 보는 건, 정말 싫다. 이제 11개월인 우리 둘째가 가끔 기저귀가 새서 이불을 적실 때에는 큰 애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그 노릇을 또 어찌 하나~ 한숨이 나오기도.
<개구쟁이 아치>는 참 색감이 밝다. 그래서 아기들이 좋아하나 보다. 책 내용이 짧지 않은데 단순한 스토리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시리즈 1권은 오줌을 싼 아치의 이야기. 아이가 좀 자라서 오줌을 싸면 엄마들은 한숨이나 큰소리부터 낼텐데, 아치의 오줌 이야기는 참 밝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오줌 싸서 걱정하는 아치. 하지만 곧 아치 오줌 모양이 등장하며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아치 오줌은 물고기 모양.”
어? 그런데 이번엔 옆집 토끼도, 돼지도 오줌을 쌌고 그 친구들의 모양은 예쁜 하트 모양?
모두 오줌싸개들이 되어 밝은 햇빛 아래 이불을 말린다. 오줌을 싸서 혼나거나 우울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하면서 함께 어울려 이불을 말리다니, 참 재미있는 설정이다.
그런데 곧 먹구름이 오고, 이불을 말리는 데 비상이 걸린다. 바람에게 도움을 청해 비구름을 몰아내고 다시 쨍쨍한 햇빛에 이불을 말리는 친구들!
뽀송뽀송해진 이불을 들고 각자 집으로!
“다시는 오줌 싸지 않게 해 주세요.”
자기 전에 이렇게 조용히 기도하면 다시는 오줌을 싸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대소변 훈련은 굉장히 힘든 고개이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트라우마로 남아 다른 욕구 불만을 가져올 수도, 아주 충만함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불이 젖어 이불 빨래가 귀찮다고 저절로 한숨을 쉬거나 큰소리를 지르면 안되는 이유이다. 대소변은 아이가 준비됐을 때에 가능한 것이므로 충분히 아이를 기다려 주어야 한다. 아치를 읽으며 엄마도, 아이도 조금은 느긋해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귀찮기만 했던 이불 빨래도 아치와 친구들의 놀이처럼 재밌는 사건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