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한 소녀가 있다. 이렇게 예쁘장한 소녀가 마녀라고?하는 의문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서두는 로라의 현실을 보여준다. 엄마와 동생 재코, 이렇게 세 식구가 살고 있다. 아빠가 떠난 이후로 엄마가 서점에서 일을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자동차를 매일 밀어야하고, 전화는 전화비를 못 내서 전화국에서 가져간지 오래다. 엄마가 야근을 하는 목요일에는 동생 재코를 집에 데려와 돌봐야 한다. 그 목요일에 저녁 대신 먹는 감자튀김을 오히려 행복하게 여기면서 소녀도 재코도 엄마도 모두 행복하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꺼질 듯 유지되는 이 최소한의 행복에 어느날 작은 파장이 인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믿고 싶지 않은 이 사건은 두 모녀가 애지중지하고 키우는 귀염둥이 재코가 영혼을 흡수하는 카모디브라크의 인장을 손등에 받고 만 것이다.
누추한 집을 환하게 비추던 재코의 웃음은 힘을 잃어가고, 두 모녀의 미소도 사라진다. 재코는 점점 더 영혼을 빨리면서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된다. 의지할 것이 하나도 없는 엄마는 재코의 상태를 위로하는 크리스라는 사서 아저씨에게 의지하게 되고, 로라는 이마저도 싫어진다. 재코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가운데, 병원에서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을 보다 못한 로라는 마녀라고 알려진 칼라일 가문을 찾아간다.
로라는 스스로 마녀가 되기로 결심한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돌이킬 수 없는 의식을 치루고 마녀가 된다. 동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그녀안에 잠재되어있던 마력을 깨우고, 로라는 카모디브라크를 낙엽으로 만들어버린다. 재코는 무의식상태에서 깨어나고, 엄마의 사랑도 이해한다. 아빠가 자신의 사랑을 위해서 엄마와 자신을 떠났던 것도 이해한다. 자신도 자신만의 사랑을 찾았으니까.
왜 하필 마녀일까?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통쾌하게 벗어날 방법으로 마법만한 것은 없을 것이다. 책 속에서 마법은 생뚱맞지 않게 아주 미끈하게 현실속으로 파고든다. 현실과 마법의 경계를 아주 조심스럽게 오가는 쏘렌슨을 이용해 현실에 마법의 파장을 조금씩 만들어 가면서, 작가는 로라가 마녀가 되는, 어찌 생각하면 과격한 변신을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로라가 칼라일가문으로 찾아가서 치루는 마법의 의식등은 현실과 괴리된 마법의 세계로 넘어가며, 로라는 마법 속에서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들을 모두 치루게 된다. 의식이 끝나고 마녀가 되었을 때, 로라는 이전의 로라가 아니다. 자신안에 잠재된 마력을 사랑의 힘으로 끌어내고 증폭시킬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자신이 내딛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바뀌어야 함을 소설은 일러주고 있다. 누구라도 자신안에 자신의 능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마법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내야하는 사람도 바로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