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스쿨 10. 공부하기 싫단 말이야!
천근아 교수 기획, 조주희 글 / 도도 그림
비룡소
잘 알려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외계인이나 괴물이 나오는 판타지물도 아니라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막상 한번 펼쳐서 읽고 나면 다음 편을 찾게 되는 은근한 매력을 가진 만화 「마인드스쿨」이 벌써 10권째 나왔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제 우리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 등에서 흔히 겪을 법한 소재들이라 아이들이 쉽게 동질감을 느끼는 듯 하지요. 이 시리즈는 ‘인성’이라는 주제를 아이들이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국내 인기 만화가들이 스토리와 그림 작업에 참여했답니다.
그동안 다소 넘쳐나게 출간되었던 비슷한 주제의 학습만화들과는 차별되게 ‘인성만화’ 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기획된 시리즈인지라 첫인상은 다소 진지하고 교훈적으로 느껴져왔는데 실제로 읽어보니 ‘재미’를 놓치지도 않았네요.
시험 후 시험결과를 확인한 주인공. 공부 빼고 뭐든지 잘하는 태권 소년 이한결 입니다.
실제로 초등학교 저학년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조주희 작가가 풀어낸 이야기는 요즘 아이들의 성적 고민에 대해 사실적이면서도 밝고 명랑하게 잘 풀어내기도 하였거니와 부모의 시선에 있어서는 제 이야기와도 맞물리는 듯 해서 너털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성적을 보고 첫번째 드는 생각이었던 ‘엄마가 너무 신경을 안 썼나 보다. ‘ 라는 반성의 모습. 그리고 나서는 ‘조급함’이 촉매가 되어 화르륵 타올랐던 모습이 그대로 보이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내가 얼마나 멋진 녀석인데… 그깟 시험 성적 때문에 바보 취급을 받다니…” 라는 주인공의 혼잣말에 퍼뜩 정신이 듭니다. 밤톨군의 성적을 받아들고 전 녀석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주었었던가 떠올려보게 되었었지요.
주인공은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에 등록하게 되지요. 전 보습학원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도움이 되는 사설교육기관이지요. 다만 공교육에 앞서는 무분별한 선행학습과 원리보다는 요령을 먼저 배우게 되는 일부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 공부는 전쟁이다! ” 라고 외치는 학원 선생님의 모습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던 주인공. ” 왜 공부가 전쟁이지요? 왜 1등만이 승리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 라고 질문하는 주인공의 말은 우리 아이들의 외침이기도 합니다.
학원에 익숙해지지 않고 공부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주인공은 아빠의 경험을 들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생기면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면 아무리 익히고 배워도 발전은 없는 거지요.
아이의 이 표정을 보면서 이 글귀도 떠올랐습니다.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배워가며 즐거워하는 모습. 저희 집 녀석이 발견하기를 바라는 기쁨이랍니다. 공부란 전쟁이 아니라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요.
주인공도 꿈속에서 이렇게 외치죠. ” 공부가 왜 전쟁입니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즐거운 일 아닙니까? 문제를 푸는 것만이 공부는 아닐 겁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즐거운 일을 찾는 것, 신기하고 새로운 것을 알아 가는 것 모두가 공부가 아닐까요? ”
주인공의 아빠는 계획을 세우는 방법도 일러줍니다.
” 1년 안에 이루어야 할 최종목표는 너무 까마득해서 이루기 힘들어보이지만 하루하루 잘게 쪼개어 만든 작은 목표들을 실천하다보면 1년 뒤에 거짓말처럼 최종목표에 도달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
이처럼 아이들의 생활에 밀착된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잊어서는 안될 근본적인 것들을 차근차근 일러주고 있는 만화책에게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네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어야 할 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록 숫자화된 성적이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더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바르게 커나가는 우리 아이들. 그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어른도 잊으면 안 되겠지요. 무심코 남의 시험지를 보았더라도 “난 공부는 못해도 나쁜 아이는 아니잖아! ” 라고 하면서 자신의 양심을 지킬 수 있는 주인공. 얼마나 용기있고 멋진 아이인가요!
‘ 난 그냥 엄마 딸이 아니야. 엄마가 갖고 싶은 어떤 아이인거야. 내가 그 아이가 될 수 없다면 엄마는 나한테 실망하겠지? ‘ 라며 엄마가 바라는 아이가 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는 책 속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해볼 지도 모르겠네요.
여러가지 일들을 겪어내며 ” 나를 말해 주는 건 성적만이 아니야! 나는 나야! 세상에서 하나뿐인 진짜 멋진 나! ” 라고 외치는 밝은 모습의 주인공을 보며 함께 환호성을 질러볼지도 모르구요.
그리고 저는 책 속 부모와 같은 믿음이 아이를 더욱 격려해주는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찾을 거야.”
2008년 영국 국제인명센터(IBC)의 ‘세계 100대 의학자’로 선정된 연세대학교 소아정신과 천근아 교수가 기획한 이 시리즈는 말미에 이렇게 미처 말하지 못한 뒷이야기들을 실려 있어 따로 요약정리되는 기분이 들더군요.
권별로 다양한 스토리와 개성 있는 그림체는 이 시리즈를 모아읽어보는 또다른 재미랍니다. 다음 권에서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벌써 다음 권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