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 교양서라고 칭해지는 <주니어 대학> 시리즈의 9번째 이야기는 ‘디자인학’이다. 꽤나 작은 책속에 별의별 내용이 다 들어있는데, 인문 교양서라고 되어있지만 재미있다. 부모가 읽기에도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흥미유발에 제격인 책이다. 이 시리즈를 만들때, 전공 학문의 핵심 주제를 전공자인 전문가들이 직접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가며 쉽게 소개하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학문의 즐거움을 일깨워 주고 미래 설계에 도움을 주고자 기획되었다고 했었는데, 딱 맞는 말이다. 중생인 딸아이도, 이제 초등 고학년이 되는 작은 아이도 둘다 좋아하니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기때문에, 작은 아이같은 경우는 ‘생명과학’에 대한 내용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었었고, 큰아이는 ‘문화인류학’에 관심을 보였었다.
이번 ‘디자인학’에서는 1부 모든 게 디자인이라고?, 2부 멋진 디자이너들, 3부 디자인학, 뭐가 궁금한가요? 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디서부터 읽어도 막히는 부분이 없게 구성이 되어 있다. 막연히 디자인은 패션이나 산업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책을 보니 학문적으로 보면 디자인학은 공학, 예술, 경영학, 인문학에 조금씩 걸쳐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디자인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창의적인 생각을 실현하는 것이 기본적인 출발점이고,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활동으로 앎과 실천이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글로 풀어내니 어렵게 다가오는것 같지만, 디자인 활동은 보편적 아름다움의 실현으로 이를 실현하려면 계획하고 구상한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단다. 단지 기술이라고 생각을 했던 디자인을 ‘디자인학’에서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다.
디자인은 우리의 실생활과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데, 최초의 디자인은 그림문자인 픽토그램이라고 한다. 올림픽에서 경기 종목을 알리는 픽토그램은 디자인으로 인식하면서 벽화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는 검색 과정도 디자인된 것이라고 하는데,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때 어떤 내용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실수를 줄이고 더 편하게 보일지등이 모두 디자인 된 것이라고 하니, 디자인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없는것 같다. 지금 자판을 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디자인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은것이 한군데도 없다. 컴퓨터, 책, 핸드폰, 스탠드, 화병 등 내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이고 나쁜 디자인은 무엇일까? 디자인과 기능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다. 어떤 제품을 디자인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는 의미일것이다. 우리는 흔히, ‘딱 내 스타일’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디자인이 아닌 스타일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GOOD DESIGN’을 선정하고 있는데, 디터 람스라는 디자이너는 좋은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진짜 좋은 디자인은 착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2부에서 만나는 ‘멋진 디자이너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할 듯 하다. ‘아이 러브 뉴욕(I♥NY)’이라는 로고를 탄생시킨 밀턴 글레이저의 사회적 역량, ‘어포던스'(한눈에 보고 알아차려서 어떤 행동을 유도하도록 디자인한것)가 좋은 디자인을 하는 후카사와 나오토의 실생활 디자인, 다양한 캐릭터의 아버지인 하비에르 마리스칼의 이야기는 ‘디자인’에 대한 푹 빠지게 만들어 버린다.
책을 통해서 저자는 디자인의 기준, 디자인학과에서 배우는 것,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디자인과 예술의 차이, 전도유망한 디자인 분야 등 디자인학과 디자인 관련 진로에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데, 디자인학의 기본 개념을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알려주는 능력이 대단하다. 사람들이 생활하면서 크고 작은 불편을 느끼게 되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이 바로 디자인이란다. 멀게만 느껴지는 디자인을 바로 가까이에 있는 실생활로 연결시켜주고 있는 주니어 대학 9번째 시리즈인『디자인은 공감이라고?』은 ‘디자인학’에 대한 개론서이면서 흥미를 유발시켜주는 인문서이다. 이 책으로 모든걸 얻을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의 기본 취지처럼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