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장수를 꿈꾼다. TV에는 100세에 가깝거나 흔치않게 100세를 넘긴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다큐로 방영되곤 한다. 장기를 이식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우주여행권도 예매하고 있다. 세상의 변화의 속도가 우리의 상상력의 속도보다 훨씬 빨리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불치의 병에 걸린 이를 냉동인간으로 보존해두는 회사도 생긴지 오래다.
막연한 장수에 대한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구체적인 망설임으로 바뀌었다. 과연 몇 살까지라면 만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이백육십년 동안 어둠 속에 갇혀 누군가가 구해주길 바랬던 마음들이 생명과학의 힘을 빌어 태어난다. 로키와 카라는 개츠브로 박사의 기술력으로 새로움 몸을 얻어 태어난다. 사고로 형체를 찾을 수 없었던 몸은 손톱과 머리카락에서 찾아낸 세포를 재생하여 만들고, 몸속의 피는 바이오퍼펙트라는 파란 액체로 대체되었다. 그들의 마음은 스캔해두었던 그들의 기억을 심은 것이다.
로키와 카라는 자신들을 막막한 어둠 속에서 구출해준 박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자신들을 260년동안 방치해두고 자신만 신체를 얻은 제나를 저주한다. 그런데 은인이라고 생각했던 박사가 부유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상품화하며 선전하는 것을 알게 되고 회의를 느끼고 도망친다. 박사의 연구소를 떠난 그들이 만난 것은 당연히 아주 많이 발전된 세상이지만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자와 누릴 수 없는 자들도 나누어진 빈부의 차가 심화된 세상이다.
제나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원본도 아닌 복제본파일로 재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제나는 10%의 원본을 가지고 재생된 몸이다. 그런데 그들은 손톱에서, 그리고 머리카락에서 찾아낸 세포를 재생한 몸인데다가 더구나 그들의 기억은 복사본인 것이다.
책은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가 세포를 이용해 되살아난다면 그것은 과연 나 자신이 맞는 것일까? 원래 몸의 기억을 몇 퍼센트 가지고 있다면 완벽한 그 사람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복제나 재생, 혹은 생명연장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성격이 변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상태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살아있는 인간들도 어떤 계기로 심성이 변하기도 하므로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하는가? 400년일지 600년일지 모르는 긴 세월을 생명연장을 하지 못해 죽어가는 주변사람들을 지켜보며 사는 것은 과연 행복할까?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면 끝없이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다음 장면을 따라가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빠르게 머릿속에 많은 질문들이 줄지어 따라온다. 다시 태어난 로키와 카라의 마음 속을 휘젓는 생각들과 260년을 살아온 제나의 삶은 재미있는 스토리인 동시에 안타깝기도 하고 씁쓸한 여운과 의문을 오래 마음 속에 남긴다.
발달하는 생명과학이 위협할 수 있는 생명윤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서, 수많은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효과적이고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