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두루마리 18
“두루마리가 뭐예요?”라며 책제목부터 되묻는 아이에게 “마법의 두루마리 역사여행”이라니 알쏭달쏭하게 느껴지는가보다. 한국역사탐험 시리즈 <마법의 두루마리>를 배경지식 없이 18권부터 접하니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다행히 본격적으로 마법의 두루마리를 펼쳐 과거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배경 설명이 제공된다. 준호와 민호가 발견한 마법의 두루마리 덕분에 두 아이는 물론 이웃에 사는 친구 수진도 함께 역사 여행을 종횡무진 다닌다는 설정. 이번 18권에서는 소제목에서처럼 공룡들이 살던 시대로 여행을 떠나나보다. 보아하니 주인공인 삼총사조차 마법의 두루마리에 대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나보다. 18권의 도입부에서 세 친구는 “과거의 물건은 과거에, 현재의 물건은 현재에”라는 역사 개입 최소의 철학을 깨닫는다. 나아가 앞으로는 역사 할아버지에게 소식을 전할 때 현대의 노트나 필기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이란 참….” 예측불허의 귀여운 존재이다. 몇 페이지 앞에서만 하여도 공룡을 피해 바위 뒤로 몸을 숨기더만, 어느새 공룡이 만만해졌는지 공룡 미끄럼을 타고 논다! 아무리 초식공룡의 알이라지만, 어찌나 호기심이 강한지 직접 공룡알을 만져보려고 한다. 자동차가 없어서 공룡 사파리하기 어려우니, 공룡 한 마리 잡아서 말 대용으로 사용하자고 하지를 않나……어쩌면 그렇게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이나 그 두려움으로 인한 소심함이 아니라, 대범한 용기가 있을 때 더 과거 여행을 잘 할지도 모르겠다. 준호 수진 민호는 겁 없이 공룡 시대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종횡무진 공룡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마법의 두루마리> 18권 “공룡들의 세상으로!”은 여느 공룡관련 어린이 책과 차별되도록, 배경이 한반도이다. 공룡을 찾아 멀리 다른 대륙, 다른 나라로 건너간 것이 아니라 삼총사는 한반도라는 지리적 공간은 동일하되 시간만 과거로 회귀한 것이다. 비룡소 출판사 측에서는 공룡알, 공룡화석, 공룡 발자국 등의 사진자료의 대다수를 한국땅에서 나온 자료로 실어 주었다. 덕분에 독자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공룡에 대한 구체적인 호기심과 자부심마저 느끼게 된다.
<마법의 두루마리 18>을 읽다, 공룡 시대에 대한 궁금증이 가지치듯 세분화되어 뻗어나온다면 “준호의 역사노트”를 십분활용할 것! 지구의 역사에서 시작하여, 대표적 공룡들, 한반도의 공룡과 공룡 유적지, 공룡을 연하는 과학자들의 작업, 공룡화석의 발굴에서 전시까지의 과정이 인포그래픽과 함께 실려 있다. 한반도에서는 공룡의 알, 발자국, 뼈, 발톱, 이빨 등 다양한 화석이 주로 경남 고성, 전남 해남, 여수, 화순 일대에서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텍스트로만 공룡시대 여행하기에 아쉬움이 남는 독자라면 꼭 가볼 일이다.
“급, 집으로. 문화재 반환”이라고 준호가 공룡 시대 바위에 휘갈겨 쓴 메세지를 역사학자 할아버지는 “문화재 반란”으로 오독하였는데, 과연 사소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오해가 어떤 큰 파동을 낳을까 19편이 기다려진다.
지난 겨울 방학 때 과천 과학관 2층의 자연사 전시실에서 한참을 놀다 왔다. 하늘을 유영하는 익룡의 화석이 주는 신비로움! 반면 아이가 <마법의 두루마리>에서 만난 세 명의 또래 주인공 수진, 준호, 민호는 공룡을 애완견마냥 편하게 생각하는 점이 어색했나보다. 아이가 쓴 독서일기를 보니, “공룡 꼬리 타고 놀기”가 “뻥 같았나” 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아닐까? 두루마리 여행은 현실속 비자가 필요한 여행과는 차원이 다른 엉뚱함과 자유분방함을 보장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