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랫만에 가슴 찡한 이야기를 읽었어요.
주말임에도 일정이 빠듯해서, 처음엔 살짝 앞부분만 읽어 보려고 펼쳐 들었는데,
결국 한 권을 다 읽은 후에야 다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네요.
그 만큼 한 번 잡으면 중간에 잠시 쉬어 읽기 힘든 책이예요.
삭막한 현실은 잠시 잊고 사람냄새 가득한 이야기로 웃고 울게하는 책이에요.
어쩌면 요새 메마른 삶을 살고 있어서 이 이야기에 좀 더 푹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릴적에 저를 참 많이 예뻐해주시고 사랑해 주셨던 친할머니가 계셨는데,
어느날 친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엄마 아빠와 함께 시골로 내려가려고 했을때,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을지 모른다며 저는 함께 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그때의 일은 두고두고 후회가 되고 돌아가신 할머니께도 죄송한 맘이 크네요.
이 책에서도 보람이 아빠는 장례식장에 들어오는게 무서워서
보람이에게 조의금을 들여 보냈어요. 이건 분명 어릴 때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저도 직장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장례식장에 다녀왔을 때 괜히 찝찝한 기분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장례를 치루고 첫 출근하시던 지인께서 직접 찾아오셔서
‘와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주셨을땐, 찝찝했던 기분이 죄송함으로 바뀌었네요.
또, 어느 장례식장에 갔을땐 참 사람이 없어서 허전함도 느끼고
괜시리 나마저 그 자리를 뜨면 그 곳에 계신분들이 더 슬퍼하실 것 같은 맘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보람이 엄마처럼 세상 지혜는 장례식에서 배운다는 생각에
저 역시 아이들과 함께 장례식장에 가는 것을 꺼리지 않게 되었어요.
물론, 뭐가 옳고 뭐가 그르다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예요~!!
다만,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과 저의 생각이 일치해서 더 공감하며 읽게 되었던거죠.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요?
불교를 믿으셨던 저희 할머니는 극락에서 아주 평온하게 잘 지내고 계시겠죠?!
보통 각자 믿는 종교에 따라 사후세계도 상상하게 되는데요
이 책의 주인공 표시한 할아버지께서는 하얀 쪽배를 타고 서쪽 나라로 가셨대요.
이 사실은 표시한 할아버지를 가장 잘 아는 영욱이가 얘기해 준거라 믿을만해요.^^
죽음을 귀신처럼 무서운 것으로 생각하던 저의 어린 시절은
죽음 앞에서 삶을 되돌아 보는 기회도, 누구든 삶의 끝에 다다른다는 사실도 망각한채 지냈어요.
표시한 할아버지는 죽음을 앞두고 참으로 독특한 이벤트를 기획하셨어요.
표시한 할아버지의 자식들을 영욱이는 ’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정말 그 독특한 이벤트의 정체를 확인하고 ‘다’ 기절초풍 하였네요.
살아생전 너무 잘못한 것이 많아 사후에 그 죄값을 치루겠다던 표시한 할아버지.
처음엔 할아버지의 마지막 이벤트가 ‘다’그룹에겐 말도 안되는 것이었지만,
결국 ‘다’그룹은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아들이게 되네요.
이 순간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ㅋㅋㅋ
저도 모르게 표시한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잘 되었으면 싶었던거죠~!^^
오늘은 아주 가슴 찡한 하루로 마감을 하려나 봐요.
저녁 식사메뉴로 회를 뜨러 갔다가
그 곳에서도 가슴 먹먹해 지는 글귀를 보고 말았네요.
어느 초등학교에 장애를 갖은 아이가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선생님께서 ’다시 태어난다면’ 이라는 주제로 글을 짓도록 하셨대요.
당연히 장애를 갖은 아이는 ‘장애없는 보통 아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썼을거라고 생각을 하셨는데, 놀랍게도 그게 아니였다고 해요.
그 아이는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어요 라고 썼대요.
그래서 지금 우리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준 것 이상으로 갚아 드리고 싶다구요.
초등 저학년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너무 놀랍지 않나요?
아~사람냄새 풀풀나는 이야기에 감동하며 하룰 마감하네요.
지금은 우리 형제들이 이 책을 읽고 있어요.
과연 형제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제가 느끼는 것 만큼 느껴주면 좋겠지만, 욕심부리지 않으려구 해요.
감사합니다. 책 한권 읽고 이렇게 맘이 따듯할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