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실님의 ‘마지막 이벤트’가 표지가 바뀌고 삽화도 들어있고, 출판사도 바뀌어서 새롭게 단장했다. 2010년3월에 나온 책은 바람의 아이들이었는데, 2015년3월에는 비룡소에서 나왔다.
왜 죽은 다음에야 모든 게 이루어지는 걸까? 슬픔이 복받쳐 올랐다.
영욱이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2010년에 이 책을 읽을 때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떠올랐는데 새로운 책으로 다시 읽으니 아이들의 할아버지인 내 아버지가 생각난다..
이 책을 읽으며 슬펐다는 큰아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표지를 보더니 예전 표지가 더 좋았다면서 이번 책은 못 읽겠다고 한다. 그 애도 할아버지가 생각났을까?
(아이가 말한다. 전 다시 이 책를 못 읽을꺼에요. 왜냐면 너무 슬프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해한다고 말해주었다.. )
2010년 9월14일 리뷰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죽음’이라는 단어가 싫어서 피했다. 그러다 선물을 받고서도 살짝 갈등했다. 어쩌지.. 그런데 아이가 먼저 이 책을 읽었다. 그러더니 ‘엄마 이 책 되게 슬퍼’ 한다.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아이가 한 한마디에 나도 용기를 내어 펼쳤다.
읽는 내내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고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다. 마침 나 혼자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이들 앞이었다면 참 난처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내겐 두 분의 할아버지가 계셨다.
외할아버지는 1년에 한번도 볼까 말까 했지만 가면 날 참 예뻐하셨고 (울 엄마가 큰 딸이라 내가 첫 손주다) 엄마를 항상 안쓰럽게 생각하셨다. 내가 고등학교 때 돌아가셨는데 별 느낌이 없었다. 같이 살지도 않았고 자주 뵙지도 못해서.
3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같이 살았고 부모님이 분가하신 후 방문만 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이 살았다. 그 동넨 학교가 멀었는데 할머니께서 데려다 주셨다. 지금 우리 엄마가 내 아이를 챙겨주듯이. 할아버지께서 허리가 아프시다 하면 발로 밟아드리고, 내가 호떡 아저씨의 묘기를 보느라 집에 늦게 들어가자 호떡이 먹고 싶어서 그런 줄 알고 호떡도 사주시곤 했다. 나에게 다정한 할아버지는 아버지한테는 엄했다고 한다. 장남이고 기대하는 바가 커서 그랬겠지. 정말 너무나 팔팔한 할아버지께 서서히 치매가 왔고 그렇게 조금씩 기억을 잃다가 두 달 정도 병원에 누워계시다 가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병원에 누워계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내게 다정했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울컥 했다.
영욱이는 아빠, 엄마, 누나, 할아버지와 산다. 할아버지와 같이 방을 쓰는데 영욱에겐 할아버지 얼굴에 잔뜩 핀 검버섯도 할아버지의 냄새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축농증으로 냄새를 못 맡고 오히려 이마의 검버섯을 만지며 잔다. 할아버지의 ‘반달’ 노래를 들으며 이마에서 토끼, 계수나무, 하얀 쪽배를 찾는 놀이도 한다. 부자였던 집이 할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진 빚을 갚느라 달 팔고, 남았던 조그만 집도 사기를 당해 오히려 더 빚이 생겼고 아빠가 갚아주면서 영욱이네 집으로 오셨다. 그걸로 아빠는 할아버지를 공격한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빠한테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 주는 건 할아버진데, 아빠를 그렇게 만든 건 할아버지라니..
나는 할아버지가 불쌍하다. 사업에 세 번 실패하고, 사기 당하고, 깡패한테 협박당하고……. 하지만 할아버지 자식들(아빠, 큰고모, 작은고모)은 그런 할아버지를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할머니는 작은고모가 결혼 한 후에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대로 정말 이혼을 하고 재일교포를 만나 일본으로 가셨다.
활명수를 좋아해서 세 병씩 드셔야 하고 ‘빤스 상자’에 속옷을 넣어두시는 할아버지는 아프실 때 자식을 찾아서 ‘다들’을 긴장시켰다. 정작 그 날이 왔고 옷에 실수를 하고 영욱에게 연락하라 하지만 모두들 바쁘다며 다음에 가겠다 한다. 그리고 그날 밤 할아버지는 돌아가신다. 그리고 남겨진 비밀상자.
할아버지가 양치기 소년이라고 말하는 큰고모부가 밉고 여성 호르몬이 많아 자상한 작은고모부에게 정을 느끼고 할아버지를 미워하는 아빠의 눈물을 보고 놀라고 일본에서 온 할머니를 처음 만난다.
할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이벤트는 영정사진과 수의다. 모두들 당황하지만 할아버지의 유언을 따른다.
‘내 생각엔 그렇다. (중략) 참, 그 양반 많이 변했구나. 그렇게 변한 줄 알았으면 살아서 한번 볼걸.’
할머니가 눈물을 쏟았다.
로란트 카흘러의 ‘모두가 알아야 할 이별에 관한 이야기’처럼 많은 죽음을 담지 않았고 핵가족화 되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만나지 않는 아이들도, 우리 아이들처럼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도, 그분들과의 추억을 위해서 혹은 가족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책이지만 내가 더 감동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