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키치키 쿵푸치킨>은 초등학생 저학년 대상의 책으로 그림책과 만화책의 경계에 있는 책입니다.(책분류는 만화책으로 되어있더라고요.) 책소개를 읽어보니,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아이들에게 딱 좋은 책이라고 하더군요. 그치만 주인공 캐릭터가 그다지 울 딸아이 취향은 아닌 것같아서 책을 선물받고도 책상 구석에 두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딸아이가 혼자 낄낄거리며 웃더니 저에게 하는 말이 “엄마, 이 책 너무 웃겨.”그러는 겁니다. 무슨 책인가 가서 봤더니 “치키치키 쿵푸치킨”이었습니다. 딸아이 말이 주인공 치키와 삐야기가 너무 귀엽고 웃긴다더라고요. 딸아이가 이런 책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난 안그럴꺼야.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제 멋대로 딸아이를 규정하고 행동했더라고요. 아, 엄마로써 반성했습니다.
딸아이는 치키와 삐야기의 모습 하나하나가 다 재미있답니다. 쿵푸치킨으로 변신한 장면이 특히 웃겼는데, 영웅인데 영웅같지않아서 웃긴데요.
게다가 저에겐 썰렁하게만 느껴졌던 삐야기의 혼잣말이 딸아이는 너무 재미있어 했답니다. 어른이 보는 눈과 아이가 보는 눈은 역시 다르구나. 이 책은 확실히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를 위해 써진 책이구나라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딸아이가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이 책의 재미난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데 이 책이 정말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림책도 아니고, 만화책도 아니고, 뭔가 애매한 책인것 같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이 책을 덮어두었었는데, 어른의 편견이 이렇게 무섭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며 반성까지했습니다. 편견을 거두고 이 책을 보니 참 괜찮은 책이었어요. 우연찮게 초능력을 가지게 된 치키와 삐야기, 악당을 만나 싸우지만, 악당과 싸우는 게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잠시 무서워졌던 치키, 하지만 삐야기의 응원으로 다시 당당히 악당과 싸워 시민들을 구해주는 치키, 아이들은 치키의 모습에서 대리만족도 할 것이고, 초능력이 있어도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는 걸 보면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느낄 수 있겠죠. 마지막 페이지엔 딸아이가 좋아하는 특정 인물 찾기 게임도 있어서 딸아이 취향에 정말 완벽히 부합하는 책이었습니다.
<치키치키 쿵푸치킨>은 시리즈랍니다. 현재2권까지 나왔고 3, 4권은 출간예정이라네요. 아이의 반응을 보니 뒷이야기도 사줘야 할 것같습니다. 책읽기에 흥미없어하는 아이들에게 책과 좀 친해질 기회를 주고 싶은 부모님이시라면 이 책으로 접근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