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이 되자마자 가까워진 기웅이, 동훈이, 민수
마침 같은 반에 ‘박’씨 성을 가진 아이가 딱 셋뿐이어서
번호순으로 모둠을 짜도, 청소 당번을 짜도 대부분 한 팀이 된 아이들은
외모도, 좋아하는 것도, 성격도 많이 달랐지만 ‘세박자’라고 불리며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금방 친해졌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세 아이는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등하교도 따로따로 하고
옆에 있어도 모른 척 외면을 하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세박자 아이들의 아침 청소날
서로의 눈치만 보던 아이들은 아침 청소를 미루다 선생님께 혼이 나는데요.
수업 시작을 위해 일단 칠판을 닦으라는 선생님의 지시에도 아이들은 입을 삐쭉거리며 서로에게 눈을 흘기고
또 하나 뿐인 칠판지우개를 잡으려고 실랑이를 하다 그만 지우개를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 순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당황한 아이들은 허겁지겁 손바닥으로 칠판을 닦기 시작하는데요.
별안간 칠판을 닦던 세 아이는 동시에 우뚝 멈췄고 잠시 안간힘을 쓰더니 뭔가 이상한 듯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느닷없이 고함을 지르는 아이들!!!
손바닥이 칠판에 붙었다는 아이들의 대답에 호통을 치던 선생님도 아이들을 당겨 보지만
칠판에 붙어버린 아이들의 손바닥은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당황한 아이들과 선생님의 목소리에 찾아오신 교장선생님 역시 별 수 없이 교실을 나가고
부모님, 119 구급대원, 경찰, 또 유명한 박사님까지 아이들의 학교에 원인을 파악하러 나오지만
아이들의 손바닥이 왜 칠판에 붙었는지 알아내지 못해요.
밤이 되고 여전히 교실에 손바닥이 붙어 있는채로 남아 있는 아이들.
전염병에 의한 증상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교실에 격리된 아이들은 서먹함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지만
서로의 간지러운 부분을 발로 긁어주며 웃음을 터뜨리고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사소한 오해로 서먹했던 친구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자 신기하게도 칠판에 달라붙은 손바닥이 떨어지는데요.
과연 이런 신기한 일들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본문의 말미에는 작가의 말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어느날 지하철에 올라 무심코 앞을 바라보던 작가는 지하철 안의 풍경이 너무 낯설어 소름이 돋았다고 해요.
모든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손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집 안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또 식당에서도 각자의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잖아요.
그만큼 서로간의 대화가 줄어들고
이런 대화의 단절은 사소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사람들간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작가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었고
손이 붙는 다소 황당한 사건을 통해 책을 읽는 아이들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어 보았어요.
왜 하필이면 손바닥이 달라붙었는지..
손이 아니고 다른 신체의 부분이 서로 붙었다면 어떤 결말이 되었을까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요.
역시나 예상대로 아이는 핸드폰을 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또 손이 자유롭다면 서로에게 부탁을 할 일도 , 도움을 받을 일도 없어 끝까지 아이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것 같데요.
편리한 기기들로 우리의 생활은 더욱 스마트해졌지만
그 만큼 주변사람들과의 소통은 점점 단절되어 가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 이었고요.
초등 3학년 이상의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시고 대화나누어 보기 좋은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