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즐거운 지식 21 – 만들어진 나!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
니콜라우스 뉘첼 글
라텔 슈네크 그림
비룡소 펴냄
비룡소의 ‘즐거운 지식’ 시리즈는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읽을만한 재미있는 지식정보 책이다.
지식정보 책이지만, <수학 귀신>, <만화광 스텔라, 게임 회사를 차리다>,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등등의 제목만 보고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데 충분히 동의할만한 책들이다! 지식을 깊이, 묵직하게 다루지 않는 다는 점. 호기심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장을 들춰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시리즈 중에서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에 이어 두번 째 읽는 책 .
‘왜 수영복을 입고 슈퍼마켓에 가지 않을까?‘, ‘사회와 나는 대체 어떤 관계인가?’ 책표지에 쓰여있는 두 가지 질문에 흥미진진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슬쩍 스캔하듯 본 딸내미가 바로 들춰본다. 나는 내심 어떤 내용인지 내가 먼저 검증?을 해본 뒤에 주려고 했는데.. 덥썩 집어들기에 재밌어보이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 뒤에 바로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읽은 부분까지 표시를 해둔 뒤 살며시 내려 놓고 볼 일을 보더라.^^
지은이를 살펴보니,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청소년을 위한 논픽션을 쓰시는 분이었다. 언어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셨고 청소년을 위한 언어, 역사, 과학 관련 책들을 많이 쓰셨다. 독일의 청소년들이 읽는 책이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기더라.
특정한 인간으로의 형성, 즉 사회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사회화는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당신을 만드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P75)
위의 설명으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이 ‘사회화’라는 개념을, 여러 나라, 여러 사회의 모습을 예로 들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내가 어떤 사회에 속해있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나’의 모습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족이 한 사람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내가 부모인 동시에 자녀이기에, 잠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진 유전자로 인한 기질과 재능들이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우리 부모님을 만나 나의 기질과 재능은 어떤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해온걸까. 그리고 그분들을 통해 가정 안에서의 ‘사회화’가 되었던 나는 나의 아이를 또 어떻게 ‘사회화’를 시키고 있는걸까. 청소년기에 접어드는 아이들이 ‘자아’에 대해 눈을 떠가면서 이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한 고민거리가 될 수 있다. 어른인 우리들이 겪었던 것처럼… 이른 시기에 혹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고민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가족 안에서 사회화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떤 모임에서… 그리고 양로원에서 조차 사회화는 진행된다고 애기한다. 우리는 사회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또한 10대들에게 어쩌면 가장 무거운 짐일 수 있는 ‘경쟁’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언급을 한다. 마치 ‘제로섬 게임의 규칙처럼, 한사람이 1점을 획득하면 다른 누군가는 1점을 상실하여 총점은 항상 0점이어야하는 현실을 얘기한다. 이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남보다 나아야한다’는 것은 현대 산업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계율임을 인지시켜준다. 그렇지.. 인간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독일인들, 복지가 잘된 북유럽의 어느 나라인들 예외가 있으리. 비단 10대에게 뿐이겠는가. 이것은 어른들에게도, 나라 간의 관계에서도 여전히, 언제나 존재하는 문제일 것이다.
다음은 정치. 청소년의 정치 참여는 일정한 나이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무관심해도 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짚어준다. 학교 등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는 일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든가 오토바이나 자동차의 면허증을 딸 수 있는 최소 연령, 아이 라이너의 성분으로 포함되어도 좋은 것 등등… 이 모든 것이 ‘정치적’인 것임을 깨우쳐준다. 정치가가 개인의 삶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작가는, 그런 권력자임에도 왜 정치가들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생각해 보자.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현명한 질문은 한 사람은 어른이 채 되지 않은 아이였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규범을 잘 따르는 어른들은 왕의 새 옷이 아주 섬세해서 어리석은 사람에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안되게 엄청난 사기에도 순응했다. 이 멋진 동화에서 말도 안되는 사회적 합의, 규범을 깨뜨리는 사람은 누구였나?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였다. (p. 253)
작가는, 규칙이나 규범에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사람, 즉 규칙이나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근거를 찾으며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와도 같이 젊은 세대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 젊은 세대들의 인구수가 줄고 있고, 권력은 기성세대들이 쥐고 있기에 청소년 세대는 궁지에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든지 사회화를 겪게 되지만,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질문을 한다면 나 스스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끝맺음을 한다.
다 읽고 나니, 기성 세대인 작가가 청소년들에게 주어진 규범이나 규칙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쯤 의심을 품을 필요성을 아주 정성스럽게 역설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굉장히 다양하고 광범위한 요소들을 지루하지 않은 문체로 통통 튀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돌직구를 날려준다. 나 역시 기성 세대임에도 청소년의 편에 서고 싶은 생각은 어찌된건지. 청소년들의 인구수가 줄어 궁지에 빠져있다지만, 그들을 지지해줄 단 한 사람의 지지자가 되어 주고 싶은건 왜인지. 그와 동시에 내 아이의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역시 앞선다.–;;
짤막한 에피소드 형태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어서, 한번에 집중해서 다 읽어도 좋겠지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사회화’의 개념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다. (확실친 않지만) 교과서를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너무 비교되려나??^^ 하지만 반드시 같이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독일 작가가 쓴 책이라 처음부터 책 속으로 쑥~ 빠져들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유머러스한 은유적인 표현 등이 얼른 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을 살려 그대로 번역을 한 것 같다. 한 중간 쯤 읽어 나가면 그 문체에 익숙해 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전에 행복하게 살려면 ‘자아효능감’이 높아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자존감하고도 뜻이 통하는 개념일 것이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이런 긍정적인 감정들을 갖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나의 의지로 다가오는 인생의 숙제들을 풀어나간다면 작가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을 사회화 시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해낸 근거를 가지고 나의 의견을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