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를 졸업한지 어언~~ 강산이 몇 번 변했다. 수학여행을 비롯한 여러가지 추억들 가운데 역사시간이 되면 그저 좋았던 기억이 생각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재미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여러가지 사회의 모습이나 사건의 전개들을 알게 되는 역사시간이 되면 그저 시간이 빨리 지났던 기억이 난다.
오랜만에 그런 추억을 생각하며 역사의 흐름에 기쁘게 빠져 볼 일이 생겼다.
『굿바이 조선』
작년 여름방학에 동해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책표지 뒷면을 보니 조국 러시아의 비극을 품은 귀족 출신 소령 알렉세이가 등장한다는 글을 보니 괜시리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조선을 도피처로 생각은 했지만 인간미 있는 소령 알렉세이와 다혈질의 퇴역 군인 비빅, 슬픈 과거를 가슴에 품고 러시아로 귀화한 니콜라이 김, 우여곡절 끝에 가마실을 벗어나 세상을 경험하게 된 어리지만 당찬 소년 근석이가 『굿바이 조선』을 만들어 간다.
시대의 배경은 1905년 구한말 격동기, 소령 알렉세이는 현실도피의 일환으로 코레야를 탐사처로 정하여 여행을 시작한다. 나 역시도 근석이가 된 기분으로 과연 우리나라를 여행하기 시작하였다.
흰 옷을 즐겨 입었던 우리들의 모습을 의미를 떠나서 ‘하얀백조’라 불렀다는 사실과 정월대보름에 ‘석전’놀이를 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내면에 숨겨진 아픔과 더불어 역사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시작한 탐사대의 모습에서 우리를 연약한 하얀백조의 모습에서 용맹한 맹수로 보는 시선의 변화하는 모습이 가슴 뿌듯한 반면에 또한 노름꾼 아버지를 대신하여 탐사대의 일원이 되어 때로는 양반들에게 대응 아니 대항하는 근석의 모습을 보며 가슴 찡한 엄마의 마음도 느껴 보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역사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