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가 up 되는 책으로 나온 구스범스 시리즈. 할로윈 데이 날 얼굴에 붙어버리는 가면이 나오더니,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책을 읽었는데 이젠 호러랜드에 간다. (리뷰: 더위를 날리는 구스범스 2 ‘가면의 복수’ 소름끼치는 ‘구스범스 7 늑대인간의 울음소리’)
읽기 전엔 항상 주저된다. 이번 책은 얼마나 무서운 그림이 나올까 조마조마하고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다행하게도 ‘호러랜드의 비밀’엔 호러만 등장하고 끔찍한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 호러랜드의 비밀을 밝혀보자.
아빠, 엄마, 리지, 루크와 친구 클레이를 태운 자동차는 원래 목적지가 동물원인데, 지도를 챙기지 않아 길을 잃고 헤맨다. 가도가도 끝없는 모래벌판이 이어지는 사막 한가운데를 헤매다 결국 차를 돌리는데, 드디어 모래벌판이 사라지고 나무와 낮은 덤불이 듬성듬성 나타나서 잠시 안도하는 사이 괴물 얼굴이 나타나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른다.
알고보니 진짜 괴물이 아니라 괴물 인형!!
“악몽이 현실이 되는 곳, 호러랜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간판이 보인다. 놀이공원에 간다고 들뜬 아이들과 못 미더운 부모님이 대조적이다. 그런데 호러랜드의 호러가 여러분을 환영한다고?
동물원이 아닌 낯선 호러랜드에 도착하여 매표소로 가는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자동차가 산산조각이 난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지만 차 안에 있을 때 폭발했을 걸 생각하자 아찔하다. 매표소에서는 차 사고를 사과드린다며 무료 입장하라고, 차는 다른 차로 대체해줄 테니 걱정말라고 한다. 공포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며 아이들은 신이 났고, 매표소에서 공중전화기는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부모님은 공중전화기를 찾으러 간다.
늑대인간 마을을 시작으로 조마조마한 이름의 놀이기구가 가득하다. 그러고 군데군데 써져있는
“꼬집기 금지” 세상에 누가 이런 유치한 장난을 한다고.. 물론 루크는 꼬집기 놀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천천히 공원을 둘러보며 하나씩 체험해보기로 한다.
죽음의 슬라이드. 끝없이 미끄러져 내려갈 자신이 있는가? 경고! 당신은 죽음의 슬라이드를 탈 수도 있다!
열 개의 슬라이드가 나란히 있는데 리지는 3번 루크는 2번 클레이는 10번을 선택한 후 출발~ 어두운 터널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슬라이드를 타고 리지는 좋아서 루크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뚜껑이 열리고 리지와 루크는 나란히 땅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클레이가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도 없는 클레이. 그렇다면? 영원히 미끄러져 내려가는 슬라이드를 탄 건가? 리지와 루크는 클레이를 찾기 위해 호러의 경고에도 10번 슬라이드로 들어간다. 출구도 없이 영원히 내려가는 슬라이드를 탄 리지와 루크는 거미줄을 지나고 불길을 지나고 싸늘한 어둠 속을 내려가다 뚝 떨어진다. 죽음의 세계에 잘 오셨다는 문구를 보고 겁이 나지만 클레이를 만나 안도한다. 무서웠으면서도 놀이공원 끝내준다고 큰소리치는 루크.
거울의 집. 입장하기 전에 자기 모습을 비춰 보세요. 두 번 다시 못 보게 될 테니.
거울로 뒤덮인 좁은 통로를 지나 수십 개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자 아이들은 당황한다. 투명한 유리벽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를 찾는다. 갑자기 조여오는 유리벽과 좁아지는 유리방 속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 갑자기 바닥이 꺼지고! 아래로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러다 털썩.
달아날 수 있을 때 달아나라고 경고하고, 이곳에서는 누구나 딱 한 번만 죽는다고, 두 번 죽은 사람은 없다는 호러의 말에 아이들은 당황하면서도 설마 농담이겠지 생각한다. 그런데 전화기를 찾으러 간 부모님이 ‘잘있어’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장난인지..
박쥐 헛간에 갇혀 박쥐 떼들의 생생한 공격을 받은 아이들. 그런데 정말 특수효과일까? 헛간의 더러운 냄새가 몸에 벤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다.
단두대 박물관. 자신의 머리를 잘 간수하시오.
악어연못. 마음껏 수영하세요.
자유낙하. 안전 밧줄이 없는 세계 유일 번지 점프.
관을 타고 떠나는 뱃놀이. 느긋하게 둥둥 떠서 무덤으로.
이름만 읽어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놀이기구들. 특수효과든 그들의 겁주기 방식이든 재미삼아 무서움을 즐기기엔 목숨이 위험하다.
마침내 공중전화기를 못 찾은 부모님을 만나고 정문으로 가기 위해 놀이기구를 타러 간다. 뱃놀이를 선택한 가족은 관처럼 생긴 배 위에 누워서 느긋하게 하늘을 보며 출렁출렁 흘러가는데, 갑자기 관 뚜껑이 닫혀 칠흑같은 어둠 속에 갇힌다. 공기가 퀴퀴해지고 숨쉬기도 힘들어진다. 꿈쩍않는 관 뚜껑과 근질거리는 느낌.. 간신히 관 뚜껑이 열리고 가족은 모두 멍한데, 근질거리는 그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모두 닫힌 매표소, 텅 빈 광장, 출구 없음. 어느 누구도 살아서 호러랜드를 나가지 못한다는 경고문. 쇠창살로 막힌 정문 앞에서 살려달라 소리치는 가족들에게 수십 명의 호러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아이들의 말처럼 목숨이 달린 놀이공원의 겁주기는 더이상 즐겁지가 않다. 가족이 모두 무사하길 바라며 호러랜드의 비밀을 알기 위해 책장을 넘긴다. 덜덜덜.. 오늘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서 이 책을 읽는데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이제 내 용기도 업되었을까? 그래도 여전히 구스범스를 만나면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