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보기 전에 인터넷 서점의 라이브 북을 보면서 저자의 진지하고도 큰 포부와 꿈이 인상적이고도 뭉클하게 다가왔다. 작가의 말에서 “돛과 바람과 용기만 있으면 세계의 끝까지 항해할 수 있었던 시대. 우리 조상들이 아쉽게 흘려보냈던 그 시대로 배를 띄울 것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우리는 역사의 어느 시점에서 바다를 포기했던 것일까?(9쪽)” 라는 문장이 아쉬움을 준다.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풍이의 모험에 동참해본다.
‘바람이 불었다.’로 책은 시작한다. 그 바람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책의 첫 장에서 폭풍은 해풍이의 아버지를 데려가고 만다. 노골적인 빚독촉에 시달리는 해풍이와 어머니 도실댁, 누나 해순이의 힘겨운 생활은 아버지라는 바람막이를 잃고 흔들린다. “슬픔은 불쑥불쑥 찾아오지만 어렵지 않게 다독일 수 있었다. 하지만 슬픔 다음에 찾아든 배고픔은 잊을 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19쪽)” 슬퍼할 겨를도 없이 굶주림을 먼저 걱정하고 어린 나이에 빚과 돈의 무서움을 체험한다. 우연히 해풍이는 마을 끝집에 살고 있던 하멜과 작은 대수, 남만인들과 알게 되고 그들과 조금씩 마음을 열고 각별한 관계를 맺어간다.
17세기 조선에서의 남만인들의 삶이 얼마나 고되었는지 그려진다. 고집과 편협한 시선을 받으며 그들도 조금씩 새로운 꿈을 키워간다. 일본을 경유한 조국, 홀란드로의 귀국을 꿈꾸며 배를 띄우는데 해풍이도 몰래 이 여행에 동승한다. 해풍이는 일본에서 혹시라도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인지, 하멜 일행과 헤어지게 된 해풍이의 앞길은 어떻게 될지, 하멜 일행은 나가사키를 떠나 예정된 항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지, 일본의 도예촌 조선인들과 살게 된 해풍이는 어떻게 될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몰입해서 읽다가 1편이 끝이 난다. 이럴수가… 시리즈 4권을 준비해놓고 읽어야 할 것같다. 마치 절정 부분에서 드라마가 끝난 기분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치밀하고 입체적이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캐릭터도 생생하고 그들의 대사도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어려운 가운데에도 긴 시간을 모은 돈을 해순이에게 주는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해풍이와 함께 어린이들은 망망대해 바다위에서 방향을 가늠하고 파도에 놀라고 마음을 졸이기도 할 것이다. 전체 이야기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까 가늠해보며, 그 이전에 해풍이는 어떻게 어려움을 이기고 성장해갈지 기대도 되며 응원을 보낸다. 우수문학도서로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의 내공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