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클럽 30
괴도 퀸 1. 세븐 링 서커스
하야미네 가오루 지음
정진희 그림
비룡소 펴냄
하야미네 가오루 작가는 일본의 초등학교 교사 출신 작가다. 아이들에게 읽힐 책을 찾다가 스스로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가인데,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초대되어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로 인해 일정이 연기되면서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괴도 퀸 시리즈의 前作인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시리즈는 우리나라 초등 고학년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은 시리즈다. 학교 도서관 도우미로 봉사를 할 때, 고학년 친구들이 이 시리즈를 앞다투어 대출해 가는 것을 여러번 보았다. 그 때 나는 초등 1학년 학부모였기에 그 책을 빌려가는 언니, 오빠?들이 기특하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다는 것이 굉장히 멋져보였다! 고학년이 되면 탐정 이야기, 판타지 소설 등에 매니아적인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더라.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시리즈 우리나라에서 20만부가 팔렸고, 일본에서는 400만부가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시리즈가 14권,『괴짜 탐정의 두 번째 사건 노트』가 2권, 그리고 후속작으로 『괴도 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하야미네 가오루라는 작가의 매력은 충분히 알 것 같다. 아이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탐정소설 매니아들 사이에서 찾아서 읽는 열풍을 일으킬만한 작품이랄까? 괴도라는 인물의 반사회적인 성향의 캐릭터가 주인공이라는 점, 조커와 RD라는 매력있는 파트너, 최면술사, 곡예사, 마술사 등의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뻔?한 것을 거부하는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았나 싶다. 엄마가 골라주는 책이 아닌, 내가 찾아서 읽는 시리즈. 아이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그런 시리즈인 것이다.
옛날에 읽던 만화책만한 크기의 비교적 작은 판형이라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 빽빽하지 않은 글밥에 이야기와 잘 매치되는 카툰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매력적이다. 중성적인 느낌의 퀸은 평소에 파트너인 까칠한 조커와 인공지능 RD에게 핀잔이나 듣는 허당 같지만, 변장이나 변신의 귀재로 희대의 괴도로 손색이 업는 인물이다.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을 준다!
이번에 훔치게 될 물건은 바로 이집트에서 전해내려오는 ‘린넨의 장미’라는 다이아몬드. 이것은 원래 26년 전에 카이로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네펠티티의 미소’이다. 시대에 따라 주인이 바뀌면서 어느 왕은 자신의 눈동자를 빼고 그 자리에 숨겨 둘만큼 소중하게 여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네펠티티의 미소’를 소유한 사람은 불행해졌다. 그래서 ‘네펠티티의 미소’는 저주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며 사람들이 꺼리는 물건이 되었는데, 이후 카이로 미술관에 전시되었다가 도난당한 후로는 저주도 사라지게 되었다는데… (p. 31)
현재 ‘린넨의 장미’는 일본인 부호인 호시비시 다이조의 손에 들어가 있다. 퀸은 당당히 도전장을 보내고 호시비시의 집에 당도하지만 이미 ‘린넨의 장미’는 누군가 먼저 훔쳐간 뒤였다. 퀸은 자신의 먹잇감을 채간 이가 세븐 링 서커스의 단장인 화이트 페이스인 것을 알아내고 당장에 쳐들어가서 ‘린넨의 장미’를 되찾아올 기세였지만, 서커스 공연에 감동을 받아 화이트 페이스와 ‘린넨의 장미’를 건 한 판을 벌이기로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오프닝에서 전쟁에 폐허가 된 마을과 상심한 마을 주민들이 묘사되었는데 무슨 의미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화이트 페이스는 오프닝에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공연을 하며 만난 소녀와 약속을 한다. 꼭 다시 와서 공연을 하겠다고. 화이트 페이스는 괴도의 능력을 빌리기 위해 ‘린넨의 장미’를 이용한 것이다. 괴도는 화이트 페이스가 소녀와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을 도와준다. 비행선 ‘트루바두어’에 서커스 단원들을 태우고 그곳에 데려다 준다. 보물 ‘린넨의 장미’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 작가는 ‘전쟁’이라는 생각할 거리를 담아두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환경과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슬픔에 젖어 있는 사람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디서든 통하는 미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렇다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단박에 화이트 페이스를 처리할 수 있었음에도 서커스 공연이 퀸에게 감동을 주었던 점, 희대의 괴도인 퀸의 능력을 통해 작지만 소중한 약속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마음이 읽혀졌고,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