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에서 연못지기에게
또 예쁜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이 가을과 5살 꼬마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바로 <아빠, 나한테 물어봐>
이 책은 책의 첫 페이지에 글쓴이와 옮긴이, 그린이를 소개하면서
바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그림책은
마치 영화의 시작처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와 ‘아빠’ 나의 모습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페이지에 화자인 ‘나’가
계단을 껑충 뛰어 내려가는 모습,
5-6살 말괄량이의 모습 그대로가 그려집니다…
요즘 5살 우리집 꼬마도 높은 데서 뛰어내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 동화책의 시작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을 잘 담아냈겠구나
한 눈에 척 알았답니다~^^
이 책에는 따로 서술자가 없습니다~
나와 아빠의 대화가 이야기를 이끌어가죠~
그리고 그 대화는 우리가 언젠가 본 듯한,
아니 4세 이상의 아이를 키워본 아빠나 엄마라면 누구나
기시감을 느낄 수 있는
아주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죠~^^
—-
아빠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한번 물어봐.
넌 뭘 좋아하니?
나는 개를 좋아해.
고양이도 좋아하고,
거북이도 좋아해.
.
.
.
또 또 물어봐
또 또 뭐가 좋아?
나는 비가 좋아.
비가 핑피링, 퐁포롱, 팡파랑 내리는 게 좋아.
핑피링, 퐁포롱, 팡파랑.
난 이 말이 좋아.
빗소리로 만들었어. 내가 만들었어.
그래, 그런 것 같았어.
—-
우리집 꼬마와 역할놀이를 하다보면
“엄마, 이렇게 말해봐봐~”라든가
노래를 하다보면
“엄마, 그 부분 틀려봐. 내가 알려줄게~ 그건 말이야~”
이런 대화를 자주하게 되는데요,
그림책의 ‘나’와 ‘아빠’는
‘내’가 시키는 말을 그대로 받아
아빠가 아이에게 묻고
아이는 대답하는 방식으로 서술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대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면서 부딪히는 사람들, 동물들, 사물들, 배경들이
모두 이야기의 소재가 되면서
어느덧 우리도 두 부녀의 대화를 유심히 경청하고
책의 그림들을 열심히 보게 된답니다~^^
그러다가
머릿속은 어느덧
저와 우리집 꼬마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상상하게 됩니다.
우리 꼬마와 손잡고 길을 걸으며
“엄마 저건 뭐야?”
“엄마 저긴 내가 넘어졌던 곳이잖아~”
“엄마 난 저게 너무 좋아~” 등등
이렇게 나눴었던 순간들이 오버랩 되면서
우리의 일상도
‘이 책처럼 한 권의 동화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을 보다보면 두 부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운데요,
우리의 일상도 이처럼 사랑스러운데 모르고 지나치는구나 싶었어요~ㅜㅜ
아이스크림과 모래놀이를 사랑하지 않는 꼬마가 있을까요?
이 책의 꼬마도 아이스크림을 너무나 사랑하고 모래놀이를 좋아하는…..
그쵸? 우리 아이도 딱 그런데 말이죠~ㅎㅎ
이 책이 너무 좋은 책이다 싶었던 건 바로 그거였어요.
책을 읽고 아, 좋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꼬마와의 소소한 일상이
참 예쁜 순간이라는,
그래서
그 순간을 그리든, 사진으로 찍든 다 모아내면
이 책처럼 멋진 그림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삶을 메타인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꼬마와의 순간들이
실은 매우 평화롭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ㅎㅎ
그림책의 꼬마는 아빠와의 외출에서 돌아와서도
쉼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아빠에게 물어보라는 요구를 한답니다~
그런데 아빠는 단 한번도
“이제 그만해”, “아.. 또?”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아이가 요청한 대로 해주죠~
아빠는 아이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나비를 보고, 운동화 끈을 묶고,
칫솔질을 하고, 곰인형을 찾아주고, 굿나잇 뽀뽀를 해 줍니다…
아이가 온전히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스스로를 좀 반성하게 되었어요.
5살이 되니 주변에서 공부도 시작해야 한다고 하고,
뭐는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저도 꼬마에게
다른 친구들은 이만큼 한다는데 너도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은근한 비교도 하곤 했는데,
아차, 싶더라고요…
저조차도
무한 경쟁이 우리에게 준 피로감의 무게가 그리도 싫었고
사회적 기준으로 개인을 평가하거나
그것이 관계의 기본이 된다는 게 늘 씁쓸했으면서
우리 아이는 좀 더
행복하게 키워야지 했던
초심을 잃고
그 아이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엄마인 내가 먼저 주입하고 강요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의 마음이 던지는 그 수많은 이야기들과 질문들은
바쁘다고 무시해놓고
엄마가 하고 싶은 말들과 행동을 받아들여야만
착한 아이가 된다고 했던 건 아닐까…
그건 거 말이죠….
앗, 좀 서평이 무거워졌네요 ㅎㅎ
여튼 이 책은 일상의 나열같지만
그 일상이 주는 따뜻함, 소중함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품고 있는
내면의 소리들을 외화시켜서
부모님들이 잊고 있던
내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계기도 심어주고요~!!
비룡소 연못지기 하면서 진짜 비룡소 좋은 책 많이 만든다 싶었는데,
강요하지 않으면서 조용한 마음의 파문을 일으키는 이번 책도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내 아이가 던지는 그 많은 말들과 표현,
지금이 아니면 또 내일은 달라질 그것들이,
너무 소중한 것임에 감사하게 만들어 준
<아빠, 나한테 물어봐>였습니다~!!!
* 이 서평은 비룡소에서 무상으로 제공된 책을 읽고 진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