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수지 작가의 그림을 좋아한다. 간결한 그림이 매력이다. 복잡하지 않는 선과 단순한 색의 조화, 그리고 이야기의 내용만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려놓은 그림책은 독자로서 그 책을 읽기가 부담이 없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이 작가의 매력을 다할 수 없다. 그 내용이 독자가 지녀야할 몫을 많이 부여한다. 읽고 나서, 보고나서 생각이 많아지고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글보다는 독자의 글이나 생각이 더 많아지게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이 책도 미리 많이 궁금해 했었다. 그림책을 펼치면 지금까지 보아왔던 작가의 그림과 조금 다르다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아마도 이 그림책은 외국작가의 이야기에 그림을 그려서인가보다 라는 생각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그림책의 이야기와 그림은 가을을 중심으로 아버지와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지금까지 보아온 이수지 작가만의 색채와는 조금 다르다. 하지만 그 느낌은 그대로다.
이야기의 아버지와 딸은 가을을 느끼며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아버지는 딸과 산책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딸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정스럽게 물어본다. 딸은 아버지의 물음에 사랑스러운 말로 대답한다. 이 대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서로에 대한 관심과 믿음, 사랑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더불어 딸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옮겨가는 아버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아버지의 말과 딸의 말에 색을 입혀 구분해 놓아 읽는 데 또 하나의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글자들도 왠지 그림의 가을과 잘 어우러진다. 글과 그림, 이야기, 내용 등이 서로에게 잘 보탬이 되는 궁합이 잘 맞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