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황선미의 민담 10편
인어의 노래
황선미 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비룡소 펴냄
받기 전에 너무나 기대했었고,
받자마자 너무나 행복했던…
황선미 작가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협업한 『인어의 노래』(비룡소)다.
사진만 얼핏보면 크기가 가늠이 안되는데..
손으로 들었을 때 저 정도의 크기.
표지는 아주 곱고, 크기는 꽤 크며 묵직하다.
와.. 이쁘다…
헝겊(섬유) 등의 다양한 재료와 그림이 만나 환상적인 일러스트를 만들어낸다.
여성적인 느낌, 따뜻한 느낌, 다양한 재료에서 느껴지는 창의적인 느낌이 드는데,
실사에 가까운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 감정이 단절된 듯한 모습에서 시작되는 어떤 스토리가 읽혀지기도 한다.
각 민담마다 담겨있는 메시지의 색깔이 다르다.
글로벌한 지혜를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나는 처음에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볼로냐 라가치상을 탔다고 해서
한국의 ‘이보나’라는 작가가 ‘흐미엘레프스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작업을 해서 상을 받았나보다..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이름에서 왠지 한국적인 느낌이 풍겨진다.
60년 생이시니, 나보다 딱 10살 많으신데..
이 분이 독자들에게 싸인을 해주시는 동영상을 보고 정말이지 더더더 반했다.
얼마 전에 파주에서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멀다는 이유로 가지 못했다.
후회가 된다…
페친의 페친인 어떤 분은 그러신다.
친구의 집은 결코 멀지 않은 법이라고..
맞는 말이다.
‘친구’의 집이라면 거리가 어떻든 달려가게 되있는데..
다음부턴 이런 기회가 오면 달려가야지..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폴란드의 ‘고사리꽃’이라는 전설입니다.
성 요한의 날에만 피는 고사리 꽃을 찾는 젊은이에게는 환한 빛과 함께 큰 행운이 찾아온다는 얘기를 들은 ‘야첵’이란 젊은이는, 반드시 그 고사리 꽃을 찾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고사리 꽃을 찾으로 나간 매 해의 성 요한의 날에 야첵은 꽃을 찾지 못한 채 피투성이로, 녹초가 된 채 집에 돌아오고 맙니다. 그럴수록 야첵의 결심은 강해져만 갔죠.
드디어 야첵은 고사리 꽃을 찾게 되었고, ‘가슴에 씌워진 철갑과도 같은 고사리 꽃’은 야첵에게 온갖 보물과 귀하디 귀한 것을 선사해줍니다. 그런데 꽃을 찾을 때 한 가지 조건이 있었어요. 어떠한 경우라도 너에게 주어진 행운과 보물들을 다른 사람과 나누어서는 안된다는 조건. 야첵은 무슨 상관이냐 싶었죠. 하루하루를 먹고 싶은 만큼 하고 싶은 만큼 마음껏 즐기며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풍족하기만 한 이 삶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어요. 곁에는 자기 가족은 물론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모두들 자기의 명령 한 마디에 그저 복종하는 신하나 종들 밖에 없었어요. 혼자만 먹고 즐기는 것이 더 이상 즐겁기만 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걸까요?
‘그래. 내가 살던 우리 집에 딱 한번만 가보는거야.’ 야첵은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갑니다. 어머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야첵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봅니다. 집은 더욱 가난해졌고, 식구들은 굶주려서 허약해졌어요. 야첵은 주머니 속의 황금을 쥐었다 놓습니다. 그것을 나누는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생각에 도로 주머니 속으로 넣은 채 다시 궁전으로 돌아옵니다.
야윈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괴로운 야첵은 더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냅니다. 마침내 다시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가보는 야첵. 동생을 만난 야첵은 동생으로부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병으로 몸져 누우셨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몹시 괴로웠지만 이번에도 움켜쥐었던 황금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고 다시 궁전으로 돌아옵니다. 더욱 괴로워진 야첵에겐 마음 속에 울리는 한 마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은 인간에게 아무 소용이 없다!’
다시 찾아간 집에는 왠일인지 아무 기척도 없습니다. 방안을 들여다 보아도 텅빈 공간일 뿐…
지나가던 거지가 말합니다. 그 집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굶주려서 죽고말았다고. 그 말을 들은 야첵은 멍해진 채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죽이라 소리칩니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땅이 갈라지더니 야첵을 삼켜버립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하는 우리에게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는 행운이란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게 해줍니다. 나누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서 듣고 조화롭게 살아야함을 얘기해줍니다. 나의 주장만 하는 동안 내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떠나가 버리거나 소통이 단절된 채 서로에게 아무 득이 없는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꼭 기억하라고 말입니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황선미 작가가 써내려간 각 나라의 민담은, 깊어 가는 가을, 한 장 한 장 들춰보며 기분 좋은 사색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사적인 스토리와 함께 황선미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서정적인 비유들이 인상적입니다. 읽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책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벌써 누군가 나누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