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늘 짜릿한 기쁨과 설레임을 준다. 게다가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마법의 시간여행’시리즈가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 모든 것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53번째 시리즈이니 독자들에게는 일찌감치 검증을 끝낸 책이다. 이미 출간되어있는 전편들의 제목만 읽어봐도 당장 펼쳐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카리브해의 상어’라는 제목도 그렇고 표지의 하늘과 맞닿은 바다와 파도, 땟목과 성난 상어, 두려워하면서도 용기있게 맞서는 두 아이의 그림은 커다란 모험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예상하게 한다. 바다와 스릴은 여름에 더욱 눈길을 끈다. 책에 있는 그림을 가리키면 역사 속의 어느 시대, 어느 장소로든 데려다주는 마법의 오두막집에서 두 주인공 잭과 애니는 어린 마법사 테디를 만난다. 그런데 이번 임무는 과제라기보다는 휴가에 가까웠다. 신나게 즐기다 오는 여행이라니 아이들은 신이난다.
아이들이 선택한 장소는 유카탄 반도 옆 카리브 해에 있는 코수멜 섬이다. 멋진 경치를 즐기며 스노클링도 하고 맘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상 낙원을 상상하며 도착한 코수멜 섬은 웬지 스산한 느낌마저 준다. 스노클링을 하며 아름다운 바닷속을 보는 것도 잠시, 무시무시한 상어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겨우 위험을 피해 해변에 도착하고 한 숨 돌리고 싶은 아이들이 이번에 만난 것은 테마 공원에서 펼쳐지는 고대 마야의 전통 공연이 아니었다. 애니가 가리킨 책 표지의 그림이 고대 피라미드였던 만큼 남매는 고대 코수멜 섬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기대했던 것과 사뭇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낯선 곳에서 위기를 맞는 두 아이와 함께 어린이 독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고대 마야인들의 시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팔렌케 왕국을 다스리는 ‘위대한 태양’의 외동딸 ‘바람의 마음’으로부터 진정한 용기와 돕는 마음을 엿보게 된다. 고대 마야식으로 붙은 이름들이 멋지다는 생각도 들것이다. 짖는 원숭이를 ‘숲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녀석’으로, 재규어를 ‘단번에 목숨을 끊어 버릴 수 있는 자’로, 악어를 ‘지하 세계의 땅 괴물’로 부른다. 종유석은 ‘비의 신이 만든 돌 조각상’이다.
아들이 없어 후계자를 고심하던 왕에게 잭과 애니는 위트를 발휘해서 ‘바람의 마음’이 훌륭한 후계자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바람의 마음’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된 남매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올 이크날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팔렌케의 위대한 태양이 되었다. 그녀는 마야 역사상 첫 번째 여왕이다.(162쪽)’는 내용을 확인한다. 힘든 여행이었지만 감동이 느껴지는 의미있는 여행이었음이 분명하다.
부록인 ‘상어와 포식자에 대한 더 많은 사실’에는 본문에 등장했던 거대 상어 메갈로돈과 범고래에 대한 정보가 실려있다. 즐겁게 모험 이야기 속에 빠지면서 역사적 사실들을 만나고 부담없이 지식을 넓힐 수 있으니 모든 면에서 유익한 책이다. 시리즈의 후속편들을 기다리며 아직도 많은 모험들이 남아있으리라는 기대에 책장을 덮으면서도 흐뭇하다.
이 리뷰는 비룡소 연못지기로 활동하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