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저녁-자연을 닮은 아이들에게 시간의 빛깔을 보여주는 그림책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5년 11월 30일 | 정가 12,000원

어느새 비룡소 17기 연못지기 마지막 책의 서평을 올리게 되네요…
너무 아쉬운 마음입니다 ㅜ
연못지기로 받은 책들이 너무너무 좋았거든요ㅜㅜ

이번 책은 칼데콧 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유리 슐레비츠의 역작
<겨울저녁>입니다.
겨울저녁을 한 번 읽었을 때 저는
왜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ㅜ.ㅜ

이게 뭐지? 왜 비룡소는 이 책을 보내줬지?ㅜ.ㅜ

물론 꼬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책이라
신기하게 보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책의 맨 뒷장의 해설을 읽고 나니
이 책이 그래서 명작이구나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우리나라도
겨울이 되니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졌지요.

요즘은 5시만 되어도 해가 져서
꼬마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때마다
꼬마는 ‘지금 밤이야?’ 하고 물어본답니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계절이 바뀜에 따라
밤낮의 길이도 바뀐다는 사실을
귀뜸해 주는 것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 책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해질 무렵부터 한 밤의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도시의 빛깔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는 점이에요.

줄거리나 그림의 형태도 함의가 크지만
빛과 색의 차이를 통해 시간을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매우 눈에 띱니다.

작가가 채색에 대해 매우 집중하고 있는 듯한 느낌!!!!^^

책의 인지적인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다지 필요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은 자연을 닮았기에
잊고 있었던 시간의 빛깔을 보여주는 일은
매우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해가 지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데
장소에 따른 장면의 변화에서도
이미 색감의 차이를 두어
자연의 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즉, 해가 지는 건 똑같지만
건물들 사이에서 저녁을 맞이하는 장면과
해가 떨어지는 바다에 있는 장면의 색깔이
판이하게 다른데,
이는 그 빛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가 저물어 감에 따라
지붕에 비치는 해의 강렬함이나 길이도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해가 이제 완전히 넘어가자
도시는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집니다.
이 역시도 너무 잘 표현했습니다.

도시에 불빛들이 하나둘 밝혀지자
도시는 화려해집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가
도시의 겨울밤을 더욱 설레게 해 줍니다.

그리고 수많은 불빛으로 인해
아이는 도시가 대낮처럼 밝다고 외치면서
이 책은 마무리 됩니다.

작가는 도시의 삭막함보다는
빛으로 가득한 도시의 따뜻함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또 스카프를 두른 신사,
모자 쓴 아주머니,
은퇴한 곡예사,
자타플랫 행성의 외계인 등을 그리면서
도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포용력은 외계인을 등장시키는 데에서
극대화 되지요. ㅎㅎ
아마도 개성이 강한 도시의 다양한 사람들이나
타지에서 이 도시를 방문한 외국인들을
외계인으로 비유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한 책 사이사이에는
유대인 작가가 유대인들의 빛 축제 ‘하누카 축제’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문화 축제이자 추수감사절인 ‘콴자 축제’를
지나가는 사람의 옷과 소품을 통해 그려 넣기도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도시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라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 도시의 저녁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그러나 신기하게도
저녁시간의 빛깔은
너무나 공감이 되는데요,
아마 이것은
나라마다 문화나 사회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태양과 어둠은 지구 공통의 것이기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빛의 변화에 집중하며
시나브로 달라져 의식하지 못했던
저녁시간의 빛깔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보니 이 책은 한 번이 아니라
자꾸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책인 것 같아요.

그림을 다시 보고, 다시 보면서
작가가 어떻게 색감을 포착하여 구현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은근히 재미있거든요~^^

결론적으로,
이야기보다는
빛, 어둠, 색, 밝음, 따뜻함 등
심미적 기능에 초점이 가 있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의 정서적 고양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저녁> ,
크리스마스를 앞 둔 겨울저녁에
아이와 차분하게 또 따뜻하게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