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빅토르 위고 지음 / 귀스타브 브리옹 외 그림 / 염명순 옮김 / 비룡소 펴냄
레 미제라블. 불쌍한 사람들.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어린 시절 부터 참 많이도 접했던 이야기다.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명작.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툼한 두께로 손에 묵직하게 잡히지만, 원작은 1900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함을 자랑하는 더욱 방대한 작품이라고 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서 이 작품은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룡소 클래식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출간된 시리즈이기에 전체 작품 중 꼭 필요한 부분, 감동적인 부분을 추려서 읽기 쉬운 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알고 있는 내용을 책으로 읽는 재미 또한 더해져서 두께가 주는 부담감에 비하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자비를 베푼 미리엘 주교, 가련한 팡틴과 코제트, 더이상 비정하고 악할 수 없는 테르나디에 부부, 불우했던 어린시절을 보내고 준법이라는 틀에 갖힌 자베르 형사, 정의를 향한 열정을 품은 마리우스… 옮긴이는 이들이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라 말한다. 당시 빈민이 주를 이뤘던 파리의 배경에서 비정함을 끼친자나, 비정함 때문에 가련해진 자나 모두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빅토르 위고는 당시 라마르틴이라는 시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물리치고 노예제도를 금지하고, 가난을 몰아내고, 무지한 자를 깨우치고, 병든 자를 고쳐주고, 어둠을 밝히고, 증오를 증오하려 했다네. 바로 이게 내가 추구하는 바요, 바로 이게 내가 <레 미제라블>을 쓴 이유라네. 내가 생각하기에 <레 미제라블>은 동포애를 바닥으로 삼고 진보를 꼭대기로 삼은 책에 다름이 아니라네.
굶주리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이라는 기가 막힌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된 장발장. 출감했으나 비참할 대로 비참해진 장발장은 자신에게 기대조차 할 수 없는 미리엘 주교가 베풀어준 따뜻한 자비를 맛보았다. 이는, 비정함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자베르에 의해 목을 조여오듯 괴로운 자괴감과 불안감에 어쩔줄 모르는 그가, 모든 것을 넘어서서 새롭게 무릎을 세워 일으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향해 온정을 베풀 수 있는 힘을 얻게 해준다! 장발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런 승리를 만끽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더이상 비참할 수 없는 현실과 비정한 사회, 한줄기 빛을 찾기 어려웠던 당시의 암울함을 그를 통해 고치고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읽으면서 가슴을 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동안.. 이 작품의 인물 군상들을 살펴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당시와 그리 다를 바 없이, 뉴스를 통해 매일 들려오는 비정할대로 비정한 소식들을 접하며 살아가는 이 시대에, 그 안에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약하나마 누구에겐가 작은 선과 자비를 베풀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는 자들 중에서 공약만 남발할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들에게로 낮은 곳으로 임할 자세가 된 자들을 과연 찾을 수 있겠는가, 그들을 가려내는 안목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과연…. 6학년이 되는 딸내미는 이 책을 반 정도 읽었는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두꺼워서 부담됐으려나. 아님 흥미진진했으려나. 때때로 증오심이, 때때로 가련함에 눈물도 흘렸으려나.. 잠시 짬을 내어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좋은 작품들은 아이들과 나눌 좋은 대화거리가 되어준다. 명작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많이 읽고 나누고 싶다. 그러기엔 너무 바쁜 날들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