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이 책을 받아 첫장을 넘겼을 때, 학교의 구조를 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흔한 학교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림 속 눈에 밟히는 글귀, (1~3등급)과 (4~9등급). 그 단어를 보고 어렴풋이 학교에 관련된 책이구나, 성적에 관련된 책이구나 생각했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로, 노화를 멈추고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간 평균 수명이라는 단어가 없어진 상황 속,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정부에서는 부모들에게 자식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비싼 자식세를 물린다. 몰래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발각되면 부모는 처벌을 받고 자식은 성인이 될 때까지 집단 보육 시설에서 관리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문도새벽은 자식세를 꼬박꼬박 내던 등록아동으로,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인해 돌아가시고 나서 학교에 강제로 수용된다. 학생들의 인권은 지켜지지 않고, 모든 것이 성적순으로 제공되는 학교를 보고 새벽은 충격을 받는다. 그 학교에서 유일한 등록아동인 새벽은 정부에 허가를 받지 않고 몰래 기른 아이 ‘헤이(하이즈)’와 부모가 낳자마자 버린 ‘넘버즈’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그때, 넘버즈이자 전교 1등인 이오가 새벽에게 다가온다. 이오와 함께 다니자, 새벽은 괴롭힘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고, 성능과 성인권, 그리고 중성화 수술에 대해 알게 된다. 학교의 모든 혜택을 비롯해 졸업 후의 권리까지 모두 성적에 달려 있다는 것을 들은 ‘인공자궁’ 새벽은 매달 치러지는 시험에서 이오를 누르고 1등을 한다.
하지만 새벽이 1등을 한 후, 계획적으로 보이는 괴롭힘이 새벽을 따라다닌다. 새벽은 넘버즈로부터 이오가 이 모든 괴롭힘을 주도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만, 이번 시험을 잘 치르면 괴롭힘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고 공부해 다시한번 1등을 한다. 그러나 새벽이 두 번째 1등을 하고 나서, 이오는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데…..
아까 말했듯이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은 멀지 않은 미래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은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모습이다. 단지 이 책에 나오는 학생들의 상황이 조금 더 급박할 뿐이다. 아니, 어쩌면 실제 우리의 모습이 더 급박할 수도 있다.
‘좋은 대학.’ 이 책을 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말이다.
이 책은 그저 먼 미래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대학’을 바라보고 성적순으로 행복을 매기는 모습을 봐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이 책이 곧 현실이다. 성인권은 대학이고 학교는 현재 우리들의 학교와 다를 게 없다. 지금 이런 내용을 쓰고 있으면서도 몇 시간 후에 나는 공부를 위해, ‘성인권’을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나는 책 중간에서 새벽이 소개한 ‘월드 크루즈’같은 공부 방법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교육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따끔하게 꼬집고 있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잠깐이라도 이 책을 통해 조금의 마음 울림을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의미 없는 정보들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하면 인생을 시작할 수조차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