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 발랄?
NONO
저는 엉뚱 발칙하다고 표현해 보았는데요,
발랄과 발칙은 어감도, 의미도 다르지요.
발칙이 조금 더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저는 <공룡 밥>이 ‘정말 의외의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발칙’이라는 단어로
수식해 보고 싶었어요.
<공룡 밥> 책은 책읽기가 잘 안 되어 있는 아이들은 자칫 힘들어 할 수 있을 정도로
글밥이 많아요.
스토리도 길고, 페이지도 많지요.
한 페이지에 글, 한 페이지에 그림이 있는데,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글이 빼곡~
하지만 라자르도 가족과 공룡 밥의 기상천외한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리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는 책이랍니다.
비룡소 <무지막지하게 큰 공룡 밥>은
미국식 정서가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 책으로
여행이라는 컨셉이 있는 책이기 때문에 문화 교육의 한편에서 읽어도 좋을 책인 것 같아요.
6세 으뜸이와는 힘들지만,
조금 더 큰 아이라면 미국 문화에 대한 학습을 하고,
비룡소 <무지막지하게 큰 공룡 밥>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국적인 것을
문맥에서 찾아내는 독후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을 좋아하는 라자르도 박사님 가족.
여기까지는 평범한 설정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여행지에서 공룡을 만났다니요!!
현대에?
공룡은 멸망했잖아~ 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질문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공룡이 멸망했다는 과학적 사실보다는
공룡이 마치 애완견처럼 혹은 가족처럼 묘사된다는
문학적 상상력이 더 중요한 책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문학적 상상력의 텍스트 행간 속에서도
문학적 상상력이 말이 되니? 라고 하는 캐릭터가 하나 설정 됩니다.
바로! 시장의 집사람인데요.
시장은 집사람 말에 꼼짝 못하는 공처가이구요,
집사람은 공룡 밥이 마을에서 말썽을 부린다는 이유로 싫어하지요.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이긴 하지만,
시장의 집사람은 현대사회, 미국에 공룡이라는 생명체를 용납하고 싶지 않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공룡 밥의 존재는 그들의 질서를 깨뜨리기 때문이예요.
책을 읽다보면
공룡이 개처럼?
공룡이 바다를 건넜다고?
뭐? 공룡이 야구를?
공룡이 찻길에 나오면 어떻게 될지 알아?
라는 시장 집사람의 질문들이 내재해 있는 것을 읽어낼수 있지요.
아니 그것보다도 사실 시장 집사람은
“공룡이 지금 이 시대에 가당키나해?”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작가는 이런 말을 한 마디도 시장 집사람의 입을 통해 내뱉지는 않지만,
“이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이시죠?”
라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시장 집사람(아내)의 반대로 인해 공룡 밥은 결국 아프리카로 돌아가게 될 위기에 처합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는게 또 스토리의 묘미 아니겠어요?
야구 선수가 되어 등장한, 아니 마을로 다시 돌아온 공룡 밥.
공룡 밥이 참여한 야구팀은 공룡 밥의 활약으로 승리를 하게 되지요.
한국인과 야구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미국인과 야구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다른데요,
특히 야구로 인해 갈등이 해결되는 공룡 밥의 스토리를 통해
미국인들의 일상 혹은 여가와 뗄 수 없는 야구라는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편 라자르도 가족이 세계 여행을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시기도
야구시즌으로 표현되면서,
이 엉뚱한 상상력의 귀결이 야구에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즐거운 여가시간에 갖는 상상의 힘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아닐까 했답니다.
한편으론 공룡은 사라진 생명체이지만
어찌보면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는 전통 문화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잊혀져 가는 것과, 잊고 싶지 않는
전통이 새롭게 설 자리를 찾는 과정의 모습이라고 읽어낼 수는 없을까
이제 우리 도시에서는 그런 고리타분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필요가 없다고 외치는 시장의 아내와
그래도 있으면 어떻게든 또 살 방향이 쓸 방향이 생긴다고 하는 시장 및 라자르도 가족들의 모습이
표현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던 시간이지요.
자.. 여기까지가 저의 이렇게 저렇게 떠오르는 생각이었다면,
우리 으뜸이는 공룡이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함께 여행을 하는 상황이 너무 부러웠다고 하네요.
으뜸이도 어릴 때 공룡 타고 바다를 건넌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언제?)
으뜸이는 공룡이랑 눈썰매를 탈거라고도 했답니다.
“우리 가족이 된 최고의 공룡!”
밥을 만나러 당장 떠나고 싶은 으뜸이~
여섯 살 으뜸이는 이런 저런 심오한 뜻이 아닌
상상 그 자체를 즐기며 책을 읽더라구요.
게다가 마지막에는 공룡 밥을 위한 노래 악보가 있으니 당장 피아노로 쳐보라고..
노래 부르라고..
음치 엄마가 살짝 불러 주었어요.
다행히 작별이라는 노래에 가사만 붙인거라서 부를 만 했답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라는 노래 말이에요.
너무나 즐겁게 읽었던 으뜸이는
한 번 읽고도 또 읽어달라며 들이밀기도 했고요
특히나 공룡 등 위에서 일광욕하는 모습을 매우 부러워 하기도 했지요.
공룡 밥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때는
안 된다며 걱정도 해주었고요.
책을 통해 감정이입을 하고 공룡 밥과 사귀게 된 으뜸이.
이번에는 집에 있는 다른 공룡 친구들과 다함께 여행을 해보기로 했답니다.
바로 독후활동을 통해서요!
바닥에 전지를 쫙 깔아주고,
공룡 모형들 모두 모아 와서
공룡 밥이 여행한 지역의 지도를 전지에 그려줍니다.
지도는 으뜸이가 마음껏 꾸밀거예요.
그리고 여행 경로도 으뜸이가 표현할거죠.
여행 경로에 따라 공룡들이 줄지어 길을 떠나고 있답니다.
으뜸이네 집에 있는 공룡의 이름은 타이드라고 해요.
으뜸이는 분명 타이드라고 불렀는데, 엄마가 잘못 알아들어서 태드라고 적은..
공룡 태드와 으뜸이 가족의 여행과 모험을 적은 지도를 만들고
사막에 나무까지 배치하고,
동물들 다 출동하고..
바다에 공룡 내려 놓았다가 으뜸이한테 혼나기도 했답니다.
그 그림 속에서 으뜸이는 도대체 어떤 상상을 펼치고 있는 것인지
으뜸이 머릿 속이 궁금하다…….
전지 오른쪽 아래에서 시작되었던 공룡들의 행렬은 계속 이어져서
전지를 횡단하여 계속 여행을 하다가
엄마를 만났는데, 알고보니 엄마가 언니였다는
오잉?
막장스토리를 만들어내며 끝이 났답니다.
으뜸이의 이야기도,
비룡소 무지막지하게 큰 공룡 밥의 이야기도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