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홀릭하게 되는 공룡.
공룡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나 지식그림책을 함께 읽는 것 역시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 발간된 비룡소 그림동화 <무지막지하게 큰 공룡 밥>을 아이와 읽어보았다.
참고로 제목은 ‘공룡(의) 밥’이 아니라 ‘공룡(이름) 밥’이다.
‘라자르도 가족과 모험을 떠나다’라는 부제처럼 고향을 떠나 여행하던 라자르도 가족이 우연히 공룡 밥을 만나 그를 고향에 데려오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박물관의 모형이나 그림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공룡’은 아이들에게 미지의 존재이고, 그 때문에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친근한 친구로 여기고, 누군가는 무서운 괴물로 여겨 두려워하기도 한다.
작가 윌리엄 조이스는 ‘공룡 밥’을 라자르도 가족의 단짝 친구로 그려냈다. 라자르도 가족은 공룡 밥과 함께 수영을 하고 야구시합을 하며 호키포키 춤을 추는 등 마치 한 사람의 친한 친구가 생긴 듯 대한다. 아마도 좋아하는 대상과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은 어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반영한 듯 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 모두가 공룡 밥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라자르도 가족의 고향으로 함께 돌아온 밥은 장난을 치다 사람들을 놀래키고 이 사건으로 인해 밥은 경찰서에 잡혀가게 되고 경찰서에서 외롭게 지낼 밥이 걱정된 라자르도 가족은 결국 밥을 탈출시켜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실 이 그림책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속에서 밥은 단순히 아이들의 상상 속에 등장하는 공룡이 아니라 나와 다른, ‘우리’와 다른 ‘타인’을 의미한다. (사람이 아닌) 무지막지하게 덩치가 큰 공룡이지만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하는 밥을 품어주는 라자르도 가족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고향마을 사람들도 있는 것.
결국 경찰서를 탈출해 여행을 떠났던 라자르도 가족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밥은 야구선수로 멋지게 데뷔하며 책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우리와 다른 ‘타인’을 수용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사실 일러스트의 분위기나 색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고전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 따뜻하고 풍성한 색감은 공룡을 사납고 무서운 동물 대신 친근하고 순한 친구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분명 평면 일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깊이있고 풍성한 표현 때문인지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이 책의 표지면 앞, 뒤에 그려진 ‘모험 지도’는 공룡 밥과 전세계를 누비며 여행하고픈 훈이의 바램을 담아 또 다른 모험 이야기를 재탄생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