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궁금한 사춘기 아이들이 던진 진짜 질문 99개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의 등장은 센세이션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아주 제한적인 성교육만 받고 자랐고, 거의 대부분의 성교육은
친구나 야동, 그냥 스스로 알아서 터득했던 시대였다. 그렇게 돌직구같은 발언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시켜 주었다. 영어 동화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기가 생기고 낳는 과정을 그림으로 너무나 리얼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림을 동화책에 실었다고? 라는 선입견에 괜히 얼굴이 붉어졌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게 바로 우리의 성교육 현실이라고 본다. 다 얘기 해주긴 너무 낯 뜨겁고 그렇다고 일부만 얘기하자니 안해준것만 같은 모호한 느낌이 항상 성교육에 있어서 느껴진 감정이었다.
이번에 읽게 된 [가르쳐 주세요!]는 그 수위가 정말 대단하다. 10대 청소년들의 성교육 지침서이긴 하지만 어른인 내가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심지어 ‘뭐 이런것까지 얘기하나’ 싶을 수위의 이야기도 많다.
이 책은 독일에서 출간된 책으로 아이들이 궁금한 것들을 쪽지로 물었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삽화가 역시 쑥스러울 정도로 그렸다고 한다. 독일이란 나라는 1970년대부터 성교육을 정식 교과 과정의 일부로 채택했고 1992년에는 의무교육으로 강화했다고 한다. 우리의 현실을 이런 나라와 비교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는 의무 교육은 아니고 대부분 보건교사의 지도 아래 한 학기 몇 시간 안되는 특강 위주로 배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참혹하다. 청소년 시기 성범죄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넘쳐 나고 있다.
권장 독자는 사춘기를 맞이한 모든 청소년이지만, 그러한 자녀를 둔 부모도 꼭 읽어야 할 것이다.
책의 구성은 이렇다. 어린이들의 비밀쪽지에 적힌 질문을 타이틀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명쾌한 해설과 함께
이야기해준다.
게다가 그림만 봐도 내용이 아주 잘 이해되도록 그림의 노골적이며 직선적이다.
99개의 질문을 살펴보니 아이들의 궁금증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꽤나 궁금한 것이 많았다는 것이 보인다. 물론 독일이라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권의 나라여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질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조숙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도 든다.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창녀라는 단어가 나왔을때 우리집 2호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참 설명하기 곤란했다.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남자와 성행위를 해서 돈을 버는 여자’라고 말하지만 그것만 설명해서는 안되기에 더 말문이 막혔었다. 특히 고전문학을 많이 읽다보면 이런 단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곤혹스러웠었는데 이제는 이 책을 살며시 건네주어야겠다.
질문 중에는 재미있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여전히 읽으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어른이 되기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중학교 이상이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쑥스럽게 이 책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