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놀이 동시집 1~5권 완간 기념 – 최승호 시인 기자 간담회

2005년 3월 1일, 1권 출간 이후 12만부 판매라는 진기록을 세우고, 한국 동시계의 새로운 희망을 열어준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모음’, ‘동물’, ‘자음’, ‘비유’ 편에 이어 ‘리듬’ 편이 마지막으로 완간되었습니다.

2010년 1월 12일 (화) 오전 11시, 세종 벨라지오에서 말놀이 동시집이 5권 출간 및 1~5권 완간 기념으로 최승호 시인의 기자 간담희가 열렸습니다.

 

♣ 말놀이 동시집을 기획을 하게 된 계기 얘기해 주세요!

제가 대설주의보를 쓴 공간은 사북이라는 곳입니다. 그곳 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었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과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째, 그리스로마 신화를 아이들에게 쉽게 읽어 줘고 그림을 그리게 하였습니다.

둘째, 60명의 아이들에게 1년에 4번 동시를 짓게 해서 문집으로 만들었습니다. 철필로 긁어서 등사를 해서 120부를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출판 기념회, 노래, 시 낭송, 연극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감각을 갖게 되었죠.

1990년 민음사 주간으로 일하며 민음동화(어린이잡지)를 창간했습니다. 저는 그림을 잘 그리려면 색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음악을 잘하려면 소리에 대한 센스를 갖춰야 하고, 문학을 잘 하고 시를 잘 쓰려면 언어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감각을 길러주는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아, 그걸 하고 싶었어요. 우리 글은 뜻 글자 가 아닌 소리글자로, 의성어와 의태어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요. 작품이 있고 작가가 있고 독자가 있는데요 중요한 것은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언어의 요리사 같은 존재이죠. 어린 미식가들이 그 음식을 먹고 음미하죠. 그 음미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동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한글은 소리글자인데 운문시의 전통은 없습니다. 한시에서는 두운과 각운을 맞추는데 우리는 한자로 운문시를 쓸 뿐 한글을 가지고 쓰지는 않았죠. 한글을 가지고 운문시를 쓸 수 있는가 하는 실험을 해 보고 싶었어요. (중략)

 

♣ 말놀이 동시집이 지금까지 12만부 나갔다고 하셨는데, 성인 시들도 그렇고 시집이 호응이 좋지 못하다고 하는데 말놀이 동시집에은 꽤 많은 호응을 받았어요. 작가 입장에서 독자들이 어떤 부분 호응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시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피드백이 왔는지 소개해 주세요.

제 딸이 지금은 중3 올라가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말놀이 동시집을 시작했어요. 딸에게 먼저 동시를 보여주고 어려우면 뺐죠. 수용자 중심에서 뜻이 너무 어려우면 뺍니다. 그리고 보통 비룡소에 원고를 두 배로 넘겨서 전문 편집자들이 반 정도를 쳐낼 수 있도록 했어요. 전문 편집자들이 가진 어린이들에 대한 감각을 신뢰해요. 이렇게 수용자의 눈눂이에 맞는 글쓰기를 시도했지요. 그리고 화가가 그림을 재밌게 그려서 시의 재미를 덧붙인 것도 호응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말놀이 동시 강연회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나옵니다. 아이와 부모가 시를함께 읽다 보면 노래가 됩니다. 5권의 도깨비의 경우, 소리 내서 읽다 보면 노래가 되어 랩 하면서 춤추면서 놀아요. 그걸 경험하면서 이전의 동시들이 너무 의미에 치중해서 약간 억압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는 의미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리가 중요하죠. 그래서 제 동시에는 넌센스도 많이 들어있어요. 도롱뇽이라는 시를 아이들이 엄청 좋아해요. ‘롱뇽’이라는 유음을 통해 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데 이것을 아이들이 좋아해요. 부모와 마주보게 하여 입 모양을 보게 하고, 입안에 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느껴보게 합니다. 뜻보다는 소리의 즐거움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시의 의미에서 아이들이 해방되고 이를 통해 재미를 느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비룡소에서 말놀이 동시를 가지고 랩퍼, 드러머와 공연하면서 타악기의 리듬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랩퍼, 드러머와 공연하면서 리듬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는 5권에 큰 도움되었어요. 리듬에 집중했지요. 사실 1권이 리듬편이 되었어야 해요. 그런데 1권에서는 모음편을 작업하면서 리듬을 많이 못 살렸거든요. 5권에서는 그런 것에서 해방되어 리듬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섯 권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4번 비유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흥미가 배제된 교육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우선 재미있어야 해요. 12만명의 어린아이들이 말놀이를 읽은 건데요, 그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아요. 처음보다 뒤로 올수록 웃음이라는 것의 중요성, 웃음을 더 많이 줘야 되겠다는 비중이 커졌어요. 그런데 비유편은 교육적인 부분에 치중해서, 방향 설정이 잘못되지 않았나 반성이 됩니다.

 

♣ 어린이 교육, 어린이들에게 언어 교육을 할 때 어떤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부모들에게 이렇게 언어 교육을 해라 조언 좀 부탁합니다.

: 딸아이한테 말을 가르칠 때 카드로 했어요. 비둘기 냉이 까치 카드를 보여 주고 넘겼어요. 거기에는 음악성이 없습니다. 저는 어린아이들은 궁극적으로 언어의 미식가로 만들고  언어의 맛을 알게 해야 또한 멋도 알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딜리아니의 어머니가 모딜리아니를 화랑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그림을 보고 색과 선을 보게 했죠. 그런데. 어떤 엄마가 아이를 이발소만 데리고 다녔더라면 그 아이는 이발소 그림 이상의 것은 감상하거나 그리지 못 할거예요. 예술은 느낌의 교육이에요. 느낌이 중시되는 장르예요. 지식이 중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 주려면 색채감을 키워 줘야 해요. 그러려면 일급의 색에 대한 감각을 가진 작품들을 보여줘야 합니다.

이것은 부모님과 교과서 만드는 사람들은 생각할 점입니다. 좋은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려야 합니다. 예술교육은 안목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안목만 생기면 노력하면 그렇게 그릴 수 있어요. 예술 교육의 중요한 점은 정말 훌륭한 작품을 어린 미식가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겁니다. 교과서를 통해. 부모들은 정말 좋은 작품을 어린아이들이 음미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작품은 궁극적으로 독자의 것입니다. 제 책도 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방장이 요리를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저도 수용자 중심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부모들은 어린아이 중심에서 느낌이 섬세해 질 수 있고 안목을 높게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그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술은 개성화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은 획일화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보면 경마장 트렉에서 어린 말들이 뛰는 느낌이 들어요. 그 트렉을 지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말놀이 동시집을 완간하셨는데요, 동시 작업은 계속하실 건지요. 더 계획하신 것이 있으신지요?

우선 완간하고, 제가 시도 써야 합니다. 올해 시집을 내야 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시 작업을 할 생각이고요, 그러다가 제가 미쳐 생각을 못했다 하는 작업이 있다면 그때 생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우선은 말놀이는 이걸로 끝입니다.

 

♣ 말놀이는 초등학생도 읽고 아이들도 엄마가 읽어줄 수 있는데요, 이렇게 읽어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나 이렇게 읽지 말았으면 하는 점 알려 주세요.

말놀이 동시는 소리내서 읽어야 합니다. 눈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리듬 감각이 생겨요. 말놀이 동시에서 뜻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의미 없는 넌센스도 많아요. 부모님도 그걸 이해해야 해요. 이 시의 주제 상징에서 해방되어서 말이죠.

시 교육은 색채 교육, 소리 교육 같은 겁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들을 알게 되는 거죠. 뜻을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의미를 강요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또 하나는 아이가 직접 말놀이 동시집을 만들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아요. 유치원 아이가 말놀이 동시를 읽고 색종이에 말놀이 동시를 써왔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께 노트를 만들어서 아이표 말놀이 동시집을 만들어 주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아이표 말놀이 동시집은 세월이 지나면 굉장히 큰 추억이 될 겁니다. 아이가 부모가 되었을 때 보여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자기가 참여하는 동시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련 기사 보기>

1. 최승호가 해방시킨 동시 ‘말놀이’ (Newsis 2010.1.12)

2. 최승호, “어린이, 언어의 미식가로 키워야” (연합뉴스 2010.1.12)

 

3. 우리말의 ‘맛과 멋’ “놀면서 익히세요” (소년한국일보 2010.1.12)

4. 말놀이 동시집 5권 완간한 시인 최승호씨 (경향신문 2010.1.12)

5. 최승호 시인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 완간… 우리말의 소리와 음악성 강조 (국민일보 2010.1.12)

6. 노래하듯 술술술…… 아이들에 맛있는 동시 먹여주세요. (한국일보 2010.1.12)

7. 장난감 없어도, 차 안에서도…… 표현력, 어휘력 키우기 딱 좋죠 (중앙일보 2010.1.12)

8. 어린이들 ‘언어의 미식가’로 키워야죠 (한국경제 20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