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9 금요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이수지의 그림책> 출간기념 강연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신간 <이수지의 그림책>은
‘경계 그림책 삼 부작’ – <거울 속으로><파도야 놀자><그림자 놀이> 의 시작과 작업의 전개 과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아래는 이수지 작가의 강연 중 중요한 코멘트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이수지: 『파도야 놀자』가 출간되고 이것이 인쇄 사고가 아니냐는 메일을 받곤 했다.
영국 어느 지방 책방 주인은 메일로 인쇄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인지 물었다.
종종 어떤 독자들은 무턱대고 화를 내기도 하는데, 먼저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증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과연 이것은 인쇄 사고였을까?
스토리가 우선이 아닌 하드웨어적인 고민에서 그림책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책을 넘기는 방식이나 책의 모양, 제본이 접힌 책 한가운데의 경계선까지 텍스트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꼬라이니 출판사에서 출간한 첫 그림책이자 졸업 작품이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가 경계 그림책 발상의 시작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
『거울 속으로』에서 제본선은 현실과 현실을 비추는 거울을 가르는 경계다. 『파도야 놀자』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되고, 『그림자놀이』에서는 실체와 그림자를 나누는 경계가 된다. 경계선으로 나뉜 공간을 뒤섞고 흔들면서 새로운 상상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다.
글 없는 그림책
간단하게 표현될 수 없는 것은 복잡하게도 표현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책은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매체라고 본다. 가장 단순하고 쉽게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며 그림책은 그런 방식으로 본질에 다가서는 어린이라는 비범한 존재를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비범하다. ‘경계 그림책 삼부작’은 정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놀이의 연속적 행위, 즉 신나는 놀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나게 놀 때는 말이 필요 없다. 말도 못하게 신나는 그 순간은 그저 그 자체로 보여 줄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림책 자체의 논리가 형식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한 번에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글 없는 그림책을 보면 당황하고 어려워한다. 하지만 훈련되지 않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으면 아이들은 자기만의 답을 만들어 간다. 아이들은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만들어 펼쳐 보인다. 모든 디테일과 상황 설정이 아이의 맘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이다.
글 없는 그림책의 미덕
미국의 한 교사가 메일로 보내온 내용이다. 수업에서 『파도야 놀자』를 보여 주며 아이들에게 조용히 마음속으로 책을 읽으라고 했다. 그 가운데 벌어진 놀라운 일 한 가지는 그 학급의 자폐아에 관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 아이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집중해서 보더니 다른 아이들이 웃음을 터트리는 대목에 이르자 똑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폐증 아이에게는 책을 읽는 작은 소리조차 과도한 자극이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교실 안이 정말 조용했고 덕분에 아이는 자신의 머릿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조용한 그림책이 빛나는 순간이다.
강연이 끝나고 이수지 작가님의 사인회가 이어졌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이번 강연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강연 운영과 진행에 큰 도움을 주신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팀에도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어제 참석은 못하셨지만 전화로, 메일로 강연 참석에 문의 주셨던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번 신간 <이수지의 그림책>에 더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