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겼나요?블랙에디션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7년 11월 14일 | 정가 15,000원

어릴 때 읽던 모모가 새롭게 나왔다. 노란 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엔 블랙 에디션에 한정판이다!

검은 표지로 노란 책을 감싸, 모모라는 책 이름만 노랗게 보이도록 했다. 회색신사들 생각도 나고 카시오페이아 생각도 나게 한다.

 

 

모모는 사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이 조카에게 읽어주던 책으로, 거북이를 따라 아쿠아리움 길을 가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러한 드라마의 영향 없이도 모모는 지금까지 많은 독후감의 제재로 쓰이고 있다. 그만큼 작가인 미하엘 엔데가 말하고자 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된다는 뜻일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어지지.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낄 수 없지. 한 마디로 몹시 지루한 게야. 허나 이런 증상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란다. 하루하루, 한주일 한 주일이 지나면서 점점 악화되는 게지. 그러면 그 사람은 차츰 기분이 언짢아지고, 가슴속이 텅 빈 것 같고, 스스로와 이 세상에 대해 불만을 느끼게 된단다. 그다음에는 그런 감정마저 서서히 사라져 결국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지. 무관심해지고, 잿빛이 되는 게야. 온 세상이 낯설게 늒지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다지는 게지. 이제 그 사람은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보갈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그 병의 이름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란다. p377

이 책에서 이 병은 호라 박사가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눠줄 때, 회색신사들이 자신의 시가로 시간을 오염시키면 생기는 병이라고 되어있는데, 현대 사회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모모가 현실을 잘 반영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나도 마치 회색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뜨끔 하기도 했다.

 

 

그런 위협에서 모모는 사람들을 구해내어, 사람들이 불쑥 위안을 느끼게 되고,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게 만들었다.

왜 모모였을까? 모모에게 어떤 능력이 있어서 그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모모는 주변의 상황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소녀였다.

한창 싸우던 사람들도 모모의 옆으로 가면 화해를 했고, 아이들도 모모가 있으면 더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모모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다른 사람의 마음 속으로 살며시 들어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능력은 시간을 빼앗는 회색 신사에게도 통했고, 그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진을 빨아들인다는 비밀들을 알게 되어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호라 박사의 거북인 카시오페이아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회색신사들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시간과 삶, 사람과 사랑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기 때문에 권장도서로 소개되고, 꾸준히 읽히는 것 같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분하게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별의 추는 한동안 그 꽃 위에 머물렀다. 모모는 주변의 모든 일을 까마득히 잊고서, 넑을 잃고 꽃을 바라보았다. 꽃의 향기는, 뭐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이만 언제나 모모가 간절히 그리워했던 그 어떤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때 추가 천천히, 정말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추가 서서히 멀어지면서 그 아름다운 꽃도 시들기 시작했다. 모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한 장 한장 꽃잎이 떨어지더니 어두운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모모는 가스밍 찍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무엇이 영원히 자신을 떠나 버린 것 같았다. 추가 검은 연못의 한가운데에 이르자 그 아름다운 꽃은 완전히 스러져 버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맞은 편에서 꽃봉오리 하나가 어두운 물속에서 자채를 드러냈다. 추가 그쪽으로 천천히 다가가자 꽃봉오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하지만 별의 추가 다시 방향을 돌리자 그 아름다운 꽃은 시들고 떨어져,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연못 저 깊은 곳으로 한 잎 한 잎 가라앚아버였다….

“모모, 네가 보고 들었던 것은 모든 사람의 시간이 아니야. 너 자신의 시간이었을 뿐이지.” p258


이런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는 미하엘 엔데는 곳곳에 반전과 위트가 있는 장면도 심어 놓았다.

호라 박사의 집에 시계가 많이 있는 것을 보고, 모모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냐고 물었을 때, 그저 취미로 모았다고 대답하는 장면이나

이 모든 이야기가 어떤 신비한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라는 점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더 높인다.

 

모모의 다음 작품인 끝없는 이야기라는 작품도 나중에 읽어보고 싶다.